T1은 이번에도 ‘통신사 더비’에서 변화를 선택할까? 국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프로 리그인 LCK 2025 정규 시즌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개막 첫 주부터 명경기들이 쏟아져 나오며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0일 열리는 T1과 KT 롤스터의 대결에 이목이 쏠린다. 양 팀은 지난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 시절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통신사 라이벌’이다. 이 같은 서사 외에도 팬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T1이 원거리 딜러에 ‘스매시’ 신금재를 기용할지 여부다. 지난 2025 LCK 컵 대회에서 T1은 2주 차 첫 경기에 신금재를 깜짝 기용하며 로스터에 변화를 줬었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2주 차 첫 경기 상대는 KT였다.
원거리 딜러 기용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T1이 과감한 승부수를 내놓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2025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조 마쉬 T1 CEO는 입장문을 통해 원거리 딜러로 ‘구마유시’ 이민형을 기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이를 ‘요청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감독과 코치진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일부 T1 팬들은 조 마쉬 CEO의 사퇴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민형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T1의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우승에 기여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LCK컵부터 피어리스 드래프트 밴픽 방식이 적용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신금재를 기용한 후 T1이 LCK컵 그룹 스테이지에서 4연승을 거두며 본격적인 주전 경쟁이 펼쳐지게 됐다. 조 마쉬 CEO 역시 입장문에서 “스매시 선수와의 선의의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신금재의 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선 이민형의 솔로 랭크 전적을 근거로 신금재의 KT 전 등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민형은 9일 부계정으로 솔로 랭크 게임을 거의 오후 내내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선수들은 대회 전날에는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스크림) 일정으로 솔로 랭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할 때 이날 스크림에 이민형 대신 신금재가 참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T1의 ‘원딜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도 ‘테디’ 박진성과 이민형이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2020년에는 주로 박진성이 기용됐으나 2021년에는 로스터가 자주 바뀌었다. 2022년에는 이민형이 남고 박진성이 팀을 떠났다. 이번에는 이민형이 주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
선수들 간의 경쟁은 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선의의 경쟁은 서로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LoL은 팀원 간의 호흡도 중요한 게임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T1 입장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T1 김정균 감독이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주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오로지 ‘경기력’이 돼야 한다. T1이 논란을 뚫고 올해도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