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김광현 같은 대선배는) 아무래도 KBO리그에서 1등이시지 않나. 아직 따라가긴 힘들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KIA 타이거즈의 좌완투수 이의리는 NC 다이노스의 구창모 등과 함께 꾸준히 한국 좌완 에이스들의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실제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의 부름을 받은 이의리는 지난해까지 76경기(380.1이닝)에서 25승 22패 평균자책점 3.83을 작성한 좌완 투수다. 2022시즌(10승 10패)과 지난해(11승 7패)에는 모두 두 자릿 수 승리를 올리며 KIA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다.
이의리는 프로 데뷔 2년 차였던 2022년 29경기서 154이닝을 소화하며 10승 10패 평균자책 3.86의 기록을 올렸고, 2023년에는 28경기서 131.1이닝을 던지면서 11승 7패 평균자책 3.96의 성적을 냈다. 특히 2022년 리그 4위에 해당하는 161개의 탈삼진, 2023년 리그 5위의 156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좌완 파워 피처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4경기(13.1이닝)에 등판했지만 1승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여기에 꾸준히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6월 20일 요코하마 미나미 병원에서 좌측 측부 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는 순조롭게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재활 단계를 잘 마친다면 2026년 6~7월 정도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힘든 시간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한 것인 지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KIA의 미국 어바인 1차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이의리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강인해 보였다.
가장 먼저 복귀 시기에 대해 이의리는 “우선 급하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재활이 되는대로 복귀하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재활 과정에 문제가 없고 현재 몸상태가 좋다’는 내부의 평가에 대해선 “컨디션이 안좋았을 때 쉬는 기간이 길어져서 그래서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활 과정 자체는 막막하고 힘든 과정이지만 오히려 즐겁게 해내고 있다고 했다. 이의리는 “우리 트레이닝 코치님께서 즐겁게 재활 훈련을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올해까지 빨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다. 바로 지난해 KIA의 통합 우승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이의리는 “많이 아쉬웠다”면서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내 “그래도 올해도, 내년도 할꺼니까 괜찮다”며 웃어보였다.
이의리가 빠진 시기, 그 자리를 대체한 우완투수인 황동하-김도현과 같은 자원들도 힘을 냈다. 이런 이들의 활약에 대해 이의리는 “동료들이 충분히 잘해줬다. 내 역할을 대신해 준 것보단 (황)동하도 나름대로 의지를 갖고 거기까지 올라온 것이고 (김)도현이 형도 열심히 해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하기에 대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또 경쟁을 해야 되는 사람이 생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동료들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가올 경쟁에 대해 또한 의연하게 답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 이의리에 대해서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된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투수로서 큰 수술을 했고, KIA에서 이의리라는 투수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내년부터 더 좋은 활약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의리 역시 “재활을 하다보면 컨디션이 좋을 때 조금씩 급해진다. 하지만 올해는 무리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트레이닝 코치님께서 스케줄을 짜주시는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인대 수술 이후 구속 회복 및 증가에 대한 압박감에 대해선 “가끔은 그런 생각들이 들긴 하지만 내가 한 만큼 잘 나올 것이고 무엇보다 예전에 나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기 때문에 조금 더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년간의 멈춤은 이의리에게 프로 선수로서 자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리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의리는 “되게 좋은 시기에 수술을 한 것 같다. 기본기가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제 다시 되돌아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하나씩 뜯어 고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시간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이의리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바로 KBO리그 차세대 최고의 좌완 에이스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류현진(한화)-김광현(SSG)과 같은 시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좌완 에이스들이 “아직은 우리의 뒤를 이을 후보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분명한 사실이지만 KBO리그에서 뛰는 여러 젊은 좌완 투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와 자극이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발언에 대해 이의리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KBO리그에서 (선배들은) 1등이지 않나. 그러니까 아직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다 좋아지는 시기가 있으니까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요”라며 담담하게 두터운 포부를 전했다.
순조롭게, 하지만 더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다. 이의리는 “그 전보다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발전 되어서 돌아왔다’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공항=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