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A, 최악의 오심 사태에 "실수 있었다"… 무능과 무책임이 만든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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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A, 최악의 오심 사태에 "실수 있었다"… 무능과 무책임이 만든 참사

대한민국 골프를 관할하는 중앙 종목 단체인 대한골프협회(KGA)가 어처구니 없는 경기 운영과 대응으로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한국 남자골프 메이저급 대회에서 명백한 오심을 내려 팬과 선수, 스폰서에게 피해를 입힌데 이어 하루가 지나서야 형식적인 사과문을 내면서다.

KGA는 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3라운드 7번 홀 허인회 선수의 원구를 아웃오브바운즈(OB)라고 최종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플레이가 벌어진지 이틀, 뒤늦은 스코어 수정 등으로 논란이 벌어진 지 하루가 지나서야 나온 공식 입장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 남서울CC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3라운드 7번홀에서 허인회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떨어졌다. 허인회는 잠정구(프로비저널 볼)를 치고 페어웨이로 갔다. 그런데 경기진행요원(포어 캐디)이 허인회가 OB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첫번째 공을 집어 위치를 옮겼다. 경기 중인 공을 누구도 임의론 건드릴 수 없다는 기본 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후 결정도 황당했다. 당시 경기위원(레프리)은 현장에서 진행요원, 같은 조 동반선수의 캐디, 주변 갤러리의 의견을 종합한 뒤 원구 티샷을 무효로 판단하고 잠정구로 경기를 이어가도록 했다. 벌타 없이 잠정구 플레이를 인정하면서 아마추어 플레이에서나 사용되는 '멀리건'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잠정구로 경기를 이어간 허인회는 이 홀을 파로 마쳤다.

어영부영 묻히는듯 했던 이 플레이는 다음날인 최종라운드 막바지에 다시 살아났다. 허인회는 이날 7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로 경기를 마쳤다. 그런데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조민규가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조민규, 송민혁, 허인회 3명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자 KGA는 뒤늦게 허인회의 전날 7번홀 티샷에 대해 "OB 구역에 떨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뒤늦게 2벌타를 부여했다. 그 결과 허인회는 2타 차 3위로 떨어졌고 연장전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현장에서는 허인회의 가족과 팬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허인회. 사진=대회조직위원회

허인회. 사진=대회조직위원회

이날 대회에서는 연장 끝에 송민혁이 우승을 거뒀다. 올해로 45회를 맞는 메이저급 대회에서 데뷔 3년차에 생애 첫 승을 올리며 한국 남자골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발판을 만들었지만 송민혁의 우승은 충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허인회에 대한 KGA의 오심과 늑장대응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다.

KGA는 결국 대회 종료 다음날 오후 늦게야 공식 입장을 내고 오심을 인정했다. KGA는 "포어 캐디(OB라서 집어 올렸다), 동반자 캐디(OB 구역에서 공을 집어 올리는 것을 보았다), 방송 관계자(2~3m 거리에서 봤을 때 OB 구역에 있었다), 현장 레프리 2인(정황상 OB)의 증언이 있었다"며 허인회의 3라운드 7번홀 플레이 원구를 OB로 판단한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몇가지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프로비저널볼로 인플레이를 시키고, 더블보기가 아닌 파로 스코어를 기록한 점, 최종 4라운드 경기 중 선수에게 OB 결론을 알리지 않은 점, 공지 및 안내가 늦은 점"이다.

'실수'라고 해명하기에는 파급효과와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 KGA는 대한체육회 산하로 '대한민국 골프의 중심'을 표방한다. R&A와 USGA가 마련한 세계 골프규칙을 국내에 보급하고 경기 운영을 위한 경기위원을 양성한다. 골퍼들의 핸디캡, 골프 코스의 레이팅(난이도) 기준을 만들고 운영하며 아마추어 육성, 국가대표 선발 등도 맡고 있다. KGA가 여는 한국오픈, 한국여자오픈을 내셔널타이틀로 인정하고 최고의 권위를 주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KGA는 그 이름값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역량을 드러냈다. 매끄러운 대회 운영을 도와야할 포어캐디의 행동은 뼈아픈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역시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주최측의 잘못이다. 문제는 KGA가 이어진 상황까지 '실수'라고 표현하며 안일한 인식을 드라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경기위원의 판단은 함량미달이었다. 경기위원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기관이 바로 KGA인데 KGA 주관 대회에서 KGA의 경기위원이 이같은 판단을 보인 것이다. KGA는 또 4라운드 오전 일찍 OB로 최종 판단하고서도 해당 선수에게 연장전 출전 직전에야 전달했다. "경기 중 통보할 경우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보류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KGA의 무능은 한국 골프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KGA의 판정에 불복하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허인회, 생애 첫 승을 거두고도 악성 논란에 영광이 가려진 송민혁, 3라운드에서 허인회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선수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남자골프 부흥을 위해 45년째 큰 상금을 걸고 대회를 후원해온 기업, 나흘간의 대회를 위해 1년간 준비하고 현장에서 고생한 수많은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다. 하지만 KGA는 대회가 막내린 지 하루가 지나서야 내놓은 공식입장문에서 " 대회 관계자 및 선수, 선수 가족, 팬 등 모든 분께 혼선을 드린 점 죄송하다"는 어정쩡한 문장으로 대충 갈음했다.

KGA의 무능과 무책임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명인열전' 마스터스는 처음으로 호주, 스코틀랜드, 스페인, 일본, 홍콩, 남아프리카공화국 6개 나라 내셔널 타이틀 대회 우승자를 초청했다. 한국오픈은 초대받지 못하면서 한국 남자 골퍼들은 최고의 무대를 경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국오픈이 홍콩, 남아공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한국 골프의 굴욕이자 KGA의 무능이 만들어낸 외교 참사였다.

메이저급 대회에서 터진 사상 초유의 오심 사태의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허인회 측은 여전히 KGA의 판정에 반발하고 있고, 골프계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논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유력 매체들에서도 이번 사건이 조명되고 있다. KGA가 이 사태의 원인을 "실수"라고 표현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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