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현안분석
저출산 고령화發 노동력 감소·생산성 위축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2050년 1인당 GDP 4.4만 달러로 그칠수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생산성과 노동 투입의 동반 둔화로 인해 장기적으로 0%대, 비관적 시나리오에선 마이너스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경고가 나왔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발표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자본과 노동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의 한계치를 뜻한다. KDI는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자본 투입을 중심으로 생산함수를 구성해 중장기 전망을 실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정점을 지나 빠르게 감소중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 수준에서 2050년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동 투입의 기여도는 2030년 전후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고령층 비중 증가로 생산성 자체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60대 이상 임금근로자의 평균 보수와 경제활동참가율은 30~50대보다 현저히 낮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기준(0.6%), 낙관(0.9%), 비관(0.3%) 세 시나리오로 설정해 잠재성장률과 1인당 GDP 흐름을 추정했다.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에는 0.1%로 급격히 낮아진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0년대 초반부터 역성장이 시작돼 이후부턴 사실상 역성장이 ‘일상화’되는 국면에 진입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역성장이 시작되는 지점이 대략 2047년 전후이며,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2041년 전후”라며 “2050년도 잠재성장률은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0.5%,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0.1%,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0.3%”라고 설명했다.
물가와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050년 1인당 GDP는 기준 시나리오 4만8000달러, 낙관 시나리오 5만3000달러, 비관 시나리오 4만4000달러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수준(약 3만6000달러)과 비교해 최대 42%, 최소 18%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다.
KDI는 이러한 구조적 성장 저하를 완화하려면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장 진입장벽 완화, ▲경쟁제한 규제 개선, ▲성과 중심 보상체계 구축,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고령층 재고용, 여성의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 외국인 노동자 확대 등으로 노동력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세입 기반 약화가 불가피하고, 고령화 관련 지출 확대가 이어질 경우 국가채무는 장기적으로 GDP를 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반복적인 경기부양보다는 공적 연금 구조 개편, 재정지출의 전략적 전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KDI는 또 “향후 성장세 둔화에 따른 실질 중립 금리 하락으로 향후 명목금리하한(zero lower bound)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