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공사기간 7년 요구에
현대건설 '2년 연장' 고수
수의계약 절차 결국 중단
재입찰도 쉽지 않을 전망
정치권 무리한 밀어붙이기에
13조5천억 사업 좌초될 위기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불발 수순에 돌입했다.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수용하겠다며 가까스로 사업이 궤도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애초에 '무리수'였던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정치권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부작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현대건설로부터 가덕도신공항 기본설계를 보완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접수했다면서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앞서 입찰공고의 공사 기간 7년을 2년 초과하는 9년을 반영한 기본설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관련 법령에 따라 현대건설 측에 공사 기간 7년에 맞춘 기본설계 보완을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국토부가 요구한 기본설계 보완이 어렵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은 "초연약지반 매립을 위해 선택한 건설 공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소 적용 기간과 태풍 등 요소를 공사 기간에 추가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날 제출한 사유서에는 공항 전체 면적의 60% 가까이를 바다 매립으로 조성해야 하는 만큼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우선 가덕도가 기상 변화에 매우 민감한 현장이라는 점이 꼽혔다. 사업지 주변에 태풍이 발생했을 때 파랑의 평균 높이가 12m 정도로 커 이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금도 신항만 건설에 사용하고 있는 '케이슨' 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이슨은 콘크리트로 만든 대형 구조물로 내부가 비어 있으며 이를 해저 바닥까지 가라앉힌 뒤 기초공사로 활용한다. 케이슨을 설치한 후 그 속을 채우는 방식으로 매립하려면 케이슨 거치 기간만 해도 7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연약한 지반 여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지반을 안정화하는 데에만 17개월이 소요된다고 현대건설은 적시했다. 가덕도 해안은 단순한 연약지반을 넘어 점토로 구성된 초연약지반이어서 매립 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측은 "해당 지역 날씨에 따른 공법상 문제 그리고 초연약지반에 대한 면밀한 개량법이 필요하다는 이 두 가지가 핵심 사안"이라며 "이에 따라 공사 기간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높은 공사 난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사업비가 무려 13조원대에 달했지만 예타를 면제받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목표로 세우면서 개항 시점을 무리하게 앞당겼다. 윤석열 정부가 2029년 12월을 목표 개항 시점으로 제시했지만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실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절차 중단이 마무리되면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목표한 공사 기간(7년) 도출 근거와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사 기간(9년) 도출 근거를 비교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기본설계를 보완하지 않아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수의계약 체결이 어려워진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며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을 토대로 국토부·공단 합동 태스크포스(TF)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안전성과 품질이 확보되면서도 일정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가덕도신공항 조성은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고 맏형인 현대건설마저 두 손 두 발 들고 나올 지경이라면 다른 어떤 업체도 재입찰에 쉬이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 신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