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주일(6월 2~9일) 사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가운데 KB금융 지분율을 가장 큰 폭으로 확대했다. 이 기간 지분율은 기존 75.49%에서 78.11%로 2.62%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66.64%→67.46%)와 LS(13.21%→13.93%), 우리금융지주(45.19%→45.87%), HD현대일렉트릭(32.79%→33.38%) 순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외국인 지분율 증가폭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4곳이 지주사다.
지주사는 상법 개정안 재추진,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을 관심 종목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천피’(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상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장기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데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자사주 소각도 해당 종목의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어 주가에 긍정적이다.
지주사 주가 수준은 최근 강세에도 여전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와 ㈜L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3배다. ㈜한화 역시 0.78배 수준이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자회사 가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면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는 연결 자회사인 LG CNS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한화 역시 주요 자회사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SK㈜는 최근 5조원 규모의 계열사인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를 고려할 때 SK와 한화, SK스퀘어 등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