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00일 넘게 리더십 공백으로 표류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두고 "제 위치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13일 말했다. KAI는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 등 국내서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의 방산기업이다.
안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KAI 민영화 추진 관련 질의를 받고 "K-방산이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 KAI가 제 몫을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KAI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7월1일 강구영 전 사장이 사임한 뒤 경영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차재병 고정익사업부문장이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이끌고 있지만 최근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등 핵심 방산 수주전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유 의원은 "제 기억에 안 장관께서 의원으로 계실 때 KAI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걸로 기억한다"며 "내년 초부터 미 해군의 대규모 훈련기 사업의 입찰제안요청서(RFP) 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KAI가 주인이 없다 보니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장관은 "지금 장관 신분이기 때문에 좀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숙의를 더 해보겠다"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도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원성을 듣고 왔다"며 KAI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AI에서는 차기 사장 인선이 100일 넘게 지연되며 내부 혼란도 커지고 있다. KAI는 대주주인 수은이 26.41%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구조로 인해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KAI의 실적 개선을 위해선 사장 임기 보장과 인사 독립성 강화,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 체제 전환, 민간 참여 확대 및 민영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한화,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이 꼽힌다.
다만 KAI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현재 KAI 주식 매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