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회사들이 내놓은 야심작이 글로벌 플랫폼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려운 게임업황 속에서도 다양성과 완성도를 갖춰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았다는 평가다.
28일 스팀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인생시뮬레이션게임 ‘인조이(inZOI)’ 일찍 해 보기 버전은 이날 오전 9시 40분 글로벌 탑 셀러 1위를 기록했다. 공개된 지 40분 만에 판매수익 기준 매출 최상위권에 안착한 것이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가상현실을 관리하는 회사의 신입사원이 돼 사람처럼 상호작용이 가능한 캐릭터 조이들을 조종하는 인생시뮬레이션게임이다. 조이는 게임 안에서 다양한 인생을 살아간다. 취미·직장 생활을 즐기거나 결혼·육아도 가능하다. 위험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흔히 심즈와 비교되는 게임이지만, 캐릭터 생성 옵션이 250개가 넘고 정신 요소는 400가지 이상이다. 고차원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실사풍 그래픽, 영상을 올리면 캐릭터의 동작으로 이어지는 비디오 투 모션,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구현된는 텍스트 투 이미지, 이질감을 줄인 3차원(3D) 프린터 등 인공지능(AI) 기반 창작 도구를 탑재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인생시뮬레이션 장르의 수요가 두터운 만큼 인조이가 유의미한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넥슨도 액션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글로벌 게임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카잔은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이 배경이다. 플레이어가 대장군 카잔이 돼 미션을 진행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무기와 스킬 연계 조합에서 비롯되는 전투가 화려하고 여러 가지 선택지에 맞춰 달라지는 결말이 묘미다.
카잔은 이러한 흥미 요소에 힘입어 현재 스팀 글로벌 탑 셀러 2위와 3위를 오르내리는 중이다. 사실상 카잔의 흥행은 예고돼 있었다. 체험판에서 글로벌 다운로드 100만회를 돌파했고, 스팀에서도 최고평가등급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게임평론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도 전문가 점수 80점을 받으며 순항을 알렸다.
넥슨의 개발조직이었다가 독립법인으로 재편된 데브캣이 기획·총괄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 모바일’도 이날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수성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인기 게임 1위에 이름을 새겼다. 플레이스토어는 사흘이 지나야 판매수익을 집계하기 때문에 아직 매출 순위는 알 수 없다.
추억의 PC게임 마비노기를 스마트폰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마비노기 모바일은 지난 27일 공개됐다. 게임 사전 다운로드 및 캐릭터 생성을 시작한 지난 25일에는 게임 내 모든 서버의 수용인원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에는 김동건 데브캣 대표이사가 “인생을 바쳤다”고 강조한 만큼 원작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모험 중 벌어지는 사건, 모닥불 앞에서 나누는 대화, 익숙한 지역·지형과 논 플레이어 캐릭터(NPC), 여신강림 메인스트림 시나리오 등 기존 판타지 속 일상이 세련된 그래픽과 조작의 편의성을 덧입어 초심자도 접근이 원활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들이 초반에는 이용자를 잘 유치하는 것 같아도 이용자를 머무르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고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