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부채 경고, 진짜 공포 부채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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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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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한국을 ‘나랏빚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나라’로 지목하자 청와대 경제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국가부채=위험’이라는 도식은 일차원적 공포 담론이며 논의의 초점을 성장 잠재력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IMF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가 나올 때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가 국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며 “그러나 국가부채비율을 둘러싼 논쟁은 종종 숫자 자체보다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과장되거나 단순화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핵심은 성장 잠재력”이라며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이 성장하며 생산성이 개선된다면 세입 기반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국가부채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의 재정 상태는 여전히 독보적으로 건전하다”며 “완만한 부채 수준, 낮은 이자 부담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제도를 갖춘 한국의 상대적 강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IMF의 부채 경고, 진짜 공포 부채질인가…靑 일제히 반박

청와대 참모들이 일제히 국가부채에 대한 글을 올린 건 IMF의 최근 ‘재정모니터’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보고서는 5년간 부채비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할 국가로 벨기에와 한국을 꼽았다. “2031년까지 벨기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22%를 초과하고, 한국은 63%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채권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국가부채 논의를 수치가 아니라 ‘효율적 재정 활용을 통한 잠재성장률 확충’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IMF 등이 지적하는 것은 현재 수치가 아니라 빚이 늘어나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씀씀이는 늘어나고 세입 증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재정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않으면 통제하기 어려운 속도로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범 "韓부채비율, OECD 절반도 안돼"…IMF "문제는 증가 속도"
靑 경제사령탑 'IMF 나랏빚 경고' 일제히 반박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 등 경제 사령탑이 일제히 ‘한국 재정 실체를 반영하지 못하고 국가채무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판한 계기는 지난 15일 공개된 ‘재정 모니터’ 보고서다.

보고서에서 IMF는 한국을 독일, 벨기에와 함께 5년간 나랏빚이 빠르게 증가할 나라로 꼽았다. IMF는 한국을 네덜란드와 함께 회원국의 전체적인 재정 개선 효과를 상쇄한 나라로도 지목했다.

“역사적으로 탄탄한 재정 건전성을 갖춘 한국과 네덜란드가 재정 여력을 일부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듯한 IMF의 진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우리 경제 사령탑과 IMF 모두 현재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을 뿐 ‘현명한 지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 재정 운영’이라는 지향점은 동일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부채비율은 낮아 vs 증가 속도가 문제

김 실장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D1)이 49% 수준으로 109%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밑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현재 부채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는 점은 IMF 등 국제기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국제기구가 우려하는 건 한국의 부채비율 상승 속도다. IMF는 한국 부채비율이 30%이던 2006년부터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1개국 중 한국은 부채비율이 가장 빨리 늘어나는 국가로 분류된다.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 일반정부 부채비율(D2)은 2026년 54.7%에서 2031년 54.4%로 소폭 하락한다. 같은 기간 한국은 54.4%에서 63.1%로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다.

국제기구는 우리나라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흐름’을 우려하는 데 한국 당국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수준’을 내세우는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부채 수준과 흐름은 분리해서 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영국 등 기축통화국 역시 재정 불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비기축통화국 간 부채비율 비교는 중요하지 않다는 김 실장 주장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은 필요에 따라 통화를 발행해 소위 부채 부문을 물타기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나라”라며 “(그런 수단을 갖추지 못한) 비기축통화국은 불안이 큰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 실장 진단대로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가 모두 국가부채비율을 주목하는 것은 “미래 걱정 때문”이다. 다만 미래를 보는 시각에도 국제기구와 한국 당국자 사이에는 견해차가 존재한다. 그는 “2025년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보험료율이 인상됐고,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까지 개선돼 소진 시점과 재정 전망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 전문가들은 민간 금융권의 스트레스테스트처럼 보수적인 가정 아래 위험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재정 관리라고 주장한다. 국제기구가 반복적으로 재정준칙, 연금개혁, 세입 기반 확충을 주문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올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우 예외적인 반도체 호황을 빼면 세수 결손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를 통제하지 않으면 부채비율 증가 속도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성장 마중물’·지속성 동시 달성해야”

성장 잠재력을 키우자는 것은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와 국제기구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실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면 세입 기반이 커지고 국가채무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 성장 등을 통해 분모인 GDP를 키우면 부채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IMF도 20년 전부터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주장했다. 다만 세수 기반 확충, 조세지출 축소같이 재정 효율성을 우선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낙관론 대 위기론’처럼 대결로 보기보다 재정을 경기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정영효/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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