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연-IMF 공동 컨퍼런스
IMF 아태 수석 “대미 무역흑자 높은 亞국가들 트럼프 관세정책 범위”
韓 대미 무역흑자 138억→445억弗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관세 정책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한국의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가 원인이다.
요하네스 비간드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일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IMF의 공동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대외연은 2011년부터 매년 IMF와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중이다. 올해 주제는 ‘2025년 세계경제 전망 :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격차’였다.
비간드는 내년 1월 시작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국가별 익스포저(위험 노출도)를 살펴보면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며 “이 나라들은 미국의 (무역)정책이 바뀌면 취약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의 관세폭탄의 대상이 중국이었다면, 2기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미 무역수지 추이를 보면 트럼프 1기였던 2018년엔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가 굉장히 컸고 관세정책 대상이 됐다”면서 “최근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어들었던 반면 아시아국가들이 무역수지가 늘었고, 이는 중국뿐 아니라 광범위한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요 정책기조로 삼는 트럼프정부가 자국 상대 무역흑자가 큰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2018년 138억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는 이듬해부터 회복해 2022년엔 28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지난해엔 전년보다 58.6%나 뛴 445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28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미국을 상대로 4182억달러를 남겼던 중국이 지난해 2794억달러로 쪼그라든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비간드는 “아시아 지역의 수출 지표는 미 대선전부터 하락하는 추세였다”며 “아시아 국가들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간드는 ‘비상계엄 사태’ 향후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엔 “(계엄사태에) 굉장히 놀랐고 한국에 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도 “아직 정치경제적 상황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확정적으로 답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날 윤상하 대외연 국세거시팀장은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3.1%)보다 낮은 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고성장은 유지되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 등 기존 선진국과 인도 등 신흥국간 성장세가 차별화될 것이라고 봤다. 세계 경자의 위험요인으로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심화 △대내외 악재에 따른 중국 경제성장 충격 △통화정책 전환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실질 부채 부담 증가 등을 제시했다.
인구 문제가 아시아 지역의 성장에 차질이 될 것이란 점도 지적됐다. 알라스데어 스콧 IMF 아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생산성 향상 없이는 인구 압력으로 성장세가 하락할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농업 부문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고부가 서비스 부문의 자원 배분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시욱 대외연 원장은 “글로벌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 동안 한층 강력해진 자국 우선주의가 이번 미 대선 결과를 통해서도 재확인됐다”며 “미 대선 이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전세계가 트럼프의 행보와 새로 임명되는 내각, 향후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