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 GDP 작년 34위→올해 37위
AI 고성장 대만은 38위→35위 상승
5년뒤 대만 5만달러… 격차 더 커져”
전문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갈라”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가 0.9%로 ‘0%대 성장’으로 내려앉은 반면, 대만은 3.7%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는 한국이 4년 내 4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했다. 대만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도 멀어진다는 의미다.
● 韓 경제 제치고 올라가는 대만
앞서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22년 만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은 있어 왔지만 IMF가 5년 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 점은 한국 경제에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대만은 둘 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의 주축이다. 비슷한 주력 산업을 갖추고 있는데도 성장률 추이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한국과 대만 경제의 명운을 갈랐다고 본다. 대만 정부는 규제 완화와 파격적 지원으로 첨단 산업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국의 최고세율(25%)에 비해 훨씬 낮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그 차이는 7.5%포인트에 달한다. 일정 수준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세제 지원 역시 적극적이다. 대만은 2023년부터 ‘대만형 칩스법’을 시행해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25%를 세액 공제하고 있다.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액의 5%를 공제하는 혜택도 함께 신설됐다. 올 2월이 돼서야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20%로 높이는 ‘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국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만은 중소기업들도 탄탄하게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국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흐름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잠재성장률 1%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대만은 물론이고 슬로베니아나 체코 같은 유럽 중진국에도 1인당 GDP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슬로베니아는 올해 36위로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0.9%로 전체 세계 경제성장률 3.2%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2.0%), 유로존(1.2%), 일본(1.1%) 등 선진국보다도 낮게 전망됐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은 최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종이 줄어들며 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올라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