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올해 韓 1인당 GDP, 대만에 역전… 4년내 40위권밖 밀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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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인 GDP 작년 34위→올해 37위
AI 고성장 대만은 38위→35위 상승
5년뒤 대만 5만달러… 격차 더 커져”
전문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갈라”

올해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뒤처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다봤다. 한국은 지난해 34위에서 37위로 떨어지고,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뛰어오를 것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가 0.9%로 ‘0%대 성장’으로 내려앉은 반면, 대만은 3.7%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IMF는 한국이 4년 내 4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했다. 대만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도 멀어진다는 의미다.

● 韓 경제 제치고 올라가는 대만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가 최근 내놓은 ‘10월 세계 경제전망(WEO)’에서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5962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3만6239달러)보다 0.8%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IMF 통계에 포함된 197개국 중 한국의 1인당 GDP 순위는 지난해 34위에서 올해 37위로 하락할 전망이다. 1인당 GDP 세계 순위는 올해 37위에서 내년 38위로 더 하락하는 데 이어 2028년 40위, 2029년 41위 등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반면 대만은 인공지능(AI)발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4060달러에서 올해 11.1% 증가한 3만7827달러가 될 것으로 IMF는 분석했다. 세계 순위도 38위에서 35위로 세 계단 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에는 4만 달러, 5년 뒤인 2030년에는 5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가 22년 만에 역전될 것이란 전망은 있어 왔지만 IMF가 5년 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 점은 한국 경제에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 대만은 둘 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제의 주축이다. 비슷한 주력 산업을 갖추고 있는데도 성장률 추이가 판이하게 달라진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출과 산업화를 통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이 반도체, TV, 휴대전화, 자동차 등에서 세계 1위권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하면서 대만을 앞질렀다. 2002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1만3637달러, 대만은 1만3651달러였으나 2003년 한국은 1만5211달러, 대만은 1만4040달러로 역전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AI 혁명을 계기로 대만이 TSMC를 위시한 반도체 ‘1등 전략’으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잠재성장률 끌어올릴 동력 절실

전문가들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한국과 대만 경제의 명운을 갈랐다고 본다. 대만 정부는 규제 완화와 파격적 지원으로 첨단 산업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국의 최고세율(25%)에 비해 훨씬 낮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그 차이는 7.5%포인트에 달한다. 일정 수준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도 한국보다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세제 지원 역시 적극적이다. 대만은 2023년부터 ‘대만형 칩스법’을 시행해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25%를 세액 공제하고 있다. 첨단 공정용 설비 투자액의 5%를 공제하는 혜택도 함께 신설됐다. 올 2월이 돼서야 반도체 대기업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20%로 높이는 ‘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국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만은 중소기업들도 탄탄하게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국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흐름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잠재성장률 1%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대만은 물론이고 슬로베니아나 체코 같은 유럽 중진국에도 1인당 GDP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슬로베니아는 올해 36위로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0.9%로 전체 세계 경제성장률 3.2%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2.0%), 유로존(1.2%), 일본(1.1%) 등 선진국보다도 낮게 전망됐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은 최근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종이 줄어들며 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이 올라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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