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美항만 점령 中크레인 교체해줄것"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항만용 크레인 공급 방안을 제안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항구에 설치된 하역용 크레인을 중국산이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미국 안보 위협론의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그리어 대표와 만나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고 HD현대가 전했다.

HD현대삼호는 조선 사업 외에 산업설비 부문에서 크레인 제조 사업도 하고 있다.

중국산이 국내 크레인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 HD현대삼호는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부산신항에서 컨테이너 크레인 제작·설치 사업을 수주했고, 싱가포르항에서 크레인 설치 계약도 주문받았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삼호는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사업 역량을 갖췄고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을 연간 10기 제작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미국에 제안한 것도 업체의 역량과 미국 내 목소리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산 항만 하역용 크레인의 독점 실태를 주시하며 우려해왔다. 미국 정부는 자국 크레인 업체를 통해 중국산을 대체하려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USTR은 지난달 17일 중국산 하역용 크레인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9일 '조선업 재건과 중국 견제 방안'을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전역 항구에서 운용 중인 중국산 하역 크레인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HD현대가 미국 통상장관과의 면담에서 크레인 공급을 공식 제안한 것을 두고 한미 조선 협력 범위가 확대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리어 대표는 이날 K조선의 양대 조선소 최고위급 인사와 연이어 만나 미국 조선업 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그리어 대표에게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산업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미국 현지에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적용해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며 미국 내 추가로 생산 거점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로는 처음으로 미국 해군의 '월리 시라'호(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해 지난 3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는 두 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미국 해군 '유콘호'도 정비를 받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수리가 완료될 예정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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