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의 유통기한이 있을까?”
있다. 다만 그것은 관계를 끊는 날짜가 아니라, 갱신해야 할 규칙의 주기다. 창업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고, 모든 결합은 시간과 함께 마모된다. 요즘 팀들은 핵심 멤버를 중심으로, 외부 파트너와 목적 기반 협력망을 이루며 더 가볍고 빠르게 움직인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다. 왜 모였는가에 대한 합의가 약할 때, 그 속도는 신뢰를 더 빨리 소진시킨다. 그래서 오늘의 창업에서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좋은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사람도 구조가 없으면 나빠질 수 있고, 평균적인 사람도 구조가 있으면 선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해야 한다. 합의(WHY)-규칙(PROTOCOL)-결과(RESULT).
'합의'는 우리가 왜 모였는지,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분배의 원칙은 무엇인지 문서로 남기는 일이다. '규칙'은 기여·보상·의사결정 절차를 공개된 룰로 운영하는 일이다. '결과'는 성과의 반복성, 예상 대비 오차, 합의 변경의 절차 준수율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일이다. 이 셋이 맞물릴 때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이 된다.
역사는 개인의 행복에 무심하고, 개인은 집단 속에서 때때로 무지하고 무력하지 않았던가? 또한 아무리 이타적 가치로 출발해도, 우리 몸에는 자신을 먼저 지키려는 본능이 있다. 이 사실을 '부정'하면 관계는 상처가 되고, '인정'하면 설계가 된다. 무엇보다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이라는 말 자체가 주관적이고 상황·환경·취향에 따라 얼마나 쉽게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창업에 필요한 것은 그냥 사람에서 만나 합의된 목적, 공개된 규칙, 측정 가능한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구조를 '합의와 공감의 질서가 있는 공동체'라 부른다.
선의로 모이되, 프로토콜과 데이터로 굴러가는 공동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감과 합의를 바탕으로 모여 공동의 미션을 완수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설계해 가는 것이다.
대표자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권한·책임의 불균형을 키우고, 성장의 내구성을 갉아먹게 된다. 그래서 책임은 나눠야 하고, 권한은 투명해야 하며, 신뢰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인연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하였다. 관계의 지속은 고용이 아니라 성과와 신뢰로 보증되고, 신뢰는 감정이 아니라 결과와 기록에서 나온다. 성과의 반복성, 예상 대비 오차, 합의 변경의 절차 준수율 같은 데이터로 축적되는 것이다. 이렇게 쌓여가는 신뢰는 사람 사이의 호감으로 시작해서 미션의 명료함과 데이터 위에서 비로소 안정감을 얻게 된다.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건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끝낸 일 하나, 해결한 문제 하나, 그리고 그 해법을 지켜내는 구조다. 그렇게 쌓인 결과가 “왜 지금도 함께이고 왜 앞으로도 함께할지”를 대신 말해준다. 결국 답은 같다. '결과가 없는 신뢰는 거짓말이다.' 그러니 우리의 합의를 기록하고, 규칙을 투명하게 나누고, 결과를 꾸준히 확인하자. 오늘도, 내일도.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