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무역합의가 발표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좋은 합의를 갖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한을 보내는 것이며, 이는 당신이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약 3주 앞두고 이날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개막한 G7 정상회의에서 일부 국가들과 무역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동시에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에는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일방적으로 보내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협력의 장이 되어 온 G7 정상회의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양자 외교 무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G7 정상회의는 국제 협력의 통합된 장면이 되기보다는 일련의 양자 대화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각국 정상들 관세 유예 설득전”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처음 참석하는 다자외교 무대다. 집권 1기였던 2018년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미국 대 G6’라는 전례 없는 분열을 드러낸 지 7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날리며 무역전쟁을 펼쳐 왔다. 그런 만큼 이번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동시에 미국과 각 국가의 양자 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보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주요 다자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G7 회원국은 물론 이번에 초청받은 국가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의장국인 캐나다의 피터 뵘 상원의원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많은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국의 이익이나 우려 사안을 논의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특히 다음 달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각국 정상들은 관세 유예 필요성을 최대한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 李, 트럼프 첫 만남서 ‘관세 유예’ 언급 피할 듯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율되고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세가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무역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 6일 통화 내용을 재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다만, 한국 정부 내에선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상호관세 유예 기간 연장을 요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예 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관련 언급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향후 기여 방안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이나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비관세 장벽 해소같이 미국이 관심을 보여온 분야에 대한 기여 방안을 강조하면서 상호관세 및 품목 관세 철폐를 우회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할 대미 기여 분야에 대한 큰 틀은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리스트나 세부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합의 필요한 ‘공동성명’ 대신 ‘의장 요약문’ 발표 예정
이번 G7 정상회의도 트럼프 1기 때처럼 회원국 간 입장 차로 인해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을 예정이다. 2018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G6(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들과 강하게 부딪혔다.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모욕적”이라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부정직하고 나약한 인물”이라고 비난하며 공동성명 승인을 철회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팔짱을 낀 채 혼자 책상에 앉아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다른 정상들이 그를 둘러싸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각국이 얼마나 단합된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G7 관계자는 로이터에 “외교적 충돌을 막고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참가국의 합의가 필요한 ‘공동성명(joint communique)’ 대신 의장국이 정리하는 ‘의장 요약문(chair summaries)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캘거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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