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주권 시대, AI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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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식 가톨릭대 겸임교수백성식 가톨릭대 겸임교수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소버린 인공지능(AI)'을 국가전략으로 천명하고 범부처적 차원에서 AI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우리 사회가 AI를 주도적이고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AI 기반 인재 양성 과정,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의 데이터·AI 기반 행정 혁신, 산학협력 기반 AI 전문대학원 확충 정책까지, AI는 이미 '국가경쟁력'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회 각 부문에서 제대로 이해하고, 신뢰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없다면 경쟁력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반드시 강조돼야 할 것이 바로 'AI 리터러시'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쓸 줄 아는 것'을 넘어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데이터에 기반하며 어떤 윤리적·법적 과제를 내포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통찰하는 '시민적 디지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AI의 기본 원리와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이해(Understanding)'하고 AI 기반 서비스(챗봇·추천시스템·생성형 AI 등)를 '활용(Using)'하며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Analyzing)'하는 게 AI 리터러시다. AI 활용 시 사생활 보호, 알고리즘 편향, 자동화 등 사회적 영향 등을 '윤리적 판단(Ethical Reasoning)'이 가능하며 AI와 협업 능력, AI 기반 도구를 활용한 창의적 '소통·협업(Communication & Collaboration)' 능력도 AI 리터러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 사회는 AI 기술 도입 속도는 빠르지만 이해와 수용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 부문과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AI에 대한 실질적 이해 수준을 높이는 일이 국가 전체의 AI 디지털 전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AI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국제 인증형 교육과정이 제도화돼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 기반의 EXIN에서 운영하는 AI 파운데이션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AI 개발자나 공학도가 아닌 비기술 분야의 실무자·정책 담당자·기업 리더·교육자가 AI의 기본 구조, 알고리즘 작동방식, 데이터 윤리와 AI의 사회적 영향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무원 대상 AI 윤리 교육에 이 과정을 도입했고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와 두바이, 인도네시아가 이 과정을 디지털 소양의 국제 표준 모델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핵심은 단기간의 코딩 학습이 아닌 책임 있는 AI 사용자로서의 관점과 사고력을 길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AI의 빠른 발전과 함께 AI 윤리를 위한 국제기구 설립 또한 현실적 과제로 대두된다. 국제연합(UN)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기구, 학계, 시민단체 등이 AI의 윤리적 사용, 책임성, 공정성, 투명성, 안정성 등을 다루기 위해 부단히 협력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교육, 행정, 산업, 시민사회 전반이 AI를 '잘쓰는' 단계를 넘어서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이고, 책임이고, 미래에 대한 집단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AI는 인류가 공동으로 다뤄야 할 문명적 도전이다. 윤리와 공공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협치 또한 필수다.

백성식 가톨릭대 겸임교수 ssbaec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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