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400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증시 활황과 함께 새로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간 리밸런싱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501조8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15일 4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7거래일 만에 100조원 넘는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하루 평균 3조7712억원꼴로 돈이 쌓인 셈이다. 전날 상장한 16종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도 순자산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다. 상장 첫날 16개 종목의 순자산총액 합계는 5조74억원에 달했다.
ETF 상승세는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가파르다. ETF 시장은 2002년 출범 이후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하기까지 무려 21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1월 300조원, 4월 400조원을 연이어 돌파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9조4196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32조6758억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ETF 쏠림’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특히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독특한 운용 구조가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도 사지 않더라도 레버리지 ETF를 매수하면 운용사는 시장에서 실제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야 한다. 투자자들이 ETF를 매수하는 행위만으로 삼성전자 매수세가 붙고 주가가 오르는 구조다.
특히 국내 레버리지 ETF 상품은 독특한 구조를 택하고 있다. 미국 레버리지 상품은 운용사가 증권사와 수익률 계약을 맺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주문을 받은 증권사는 주식을 사기도 하지만 옵션을 섞거나 다른 고객의 반대 포지션과 맞바꾸는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동원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반면 국내 상품은 운용사가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현물 주식과 선물을 직접 사들인다. 증권사에 떼주는 계약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에는 더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운용사들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나 장중 분산 매매 알고리즘(TWAP·VWAP) 등 분산 장치를 활용하고는 있다. 하지만 단기 매수세가 한꺼번에 유입될 경우 기초자산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매일 장 마감 직전에 이뤄지는 리밸런싱(자산 재조정)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하루 변동률의 정확히 두 배를 유지해야 한다.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파는 행위가 장 마감 직전 집중되면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다.
박주연/배성수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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