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혁신 촉진하는 사무 환경의 힘… 조직 문화와 일상을 바꾸다

1 day ago 6

퍼플식스-김성수 서울대 교수
조직문화 활성화 사무환경 연구
구성원 존중하는 공간 설계로
심리적 안전감도 강화해야

서울 여의도 파크원타워에 구현한 퍼시스 커뮤니티 오피스의 모습. 사무실 구조를 개방적으로 바꾸면 창의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퍼시스 제공

전방위적 불확실성의 시대. 많은 기업이 척박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문화에서 성장 해법을 찾고 있다. ‘조직문화의 아버지’로 알려진 에드거 샤인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직문화 형성에 있어 오피스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퍼시스가 만든 오피스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퍼플식스 스튜디오’는 김성수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함께 조직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이러한 행동을 강화하는 사무환경을 공동 연구했다.

퍼플식스 스튜디오와 김 교수는 국내 대표 기업 9곳에서 20명 이상의 임직원을 면담하고 관련 문헌을 연구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주요 조직문화 가치는 혁신, 신뢰, 연대(집단응집성), 성장으로 좁혀졌다. 이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소통, 협업, 자율·선택, 집중·탐구·몰입, 도전, 존중·배려·인정, 공감이라는 7가지 주요 행동 방식도 도출했다.

잘 설계된 사무환경은 구성원들이 이러한 조직문화 가치를 내재화하고, 행동 방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조직문화 가치 실현을 위한 오피스 환경 전략을 다룬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3월 1호(412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혁신 단계 따라 오피스 환경 달라야

혁신의 4단계 모형에 따르면 조직 내 혁신은 아이디어 창출, 아이디어 정교화,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 확보, 아이디어 실행 단계를 차례로 발현한다.

아이디어 창출 단계에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도록 해야 한다. 높은 칸막이로 격리된 환경을 피하고 많은 구성원이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개방적 사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보와 사고방식 공유로 인지적 유연성이 높아지고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

아이디어 정교화 단계는 창출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핵심 과정이다. 이때 필요한 사무환경은 강한 연결 관계에 있는 소수의 사람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이나 소규모 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 확보 단계에선 구성원과 경영진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촉진하는 사무환경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제안자가 영향력과 정당성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진이 구성원과 함께 앉는 개방형 좌석제를 도입하거나, 경영진 사무실을 투명한 유리 벽으로 설계해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비공식적인 만남을 촉진하는 공용 라운지나 카페테리아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 아이디어 실행 단계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주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상호작용 중심의 사무환경이 필요하다. 작업팀이 사내의 다른 구성원들과 쉽게 만나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개방적 사무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 구성원 존중하는 사무환경으로 신뢰 확보

투명한 유리 벽을 설치한 퍼시스 본사 사옥 임원 공간. 경영진의 사무실을 보이게 하면 심리적 장벽을 낮춰 조직 내 소통과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퍼시스 제공

신뢰는 ‘인지 기반 신뢰’와 ‘정서 기반 신뢰’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 기반 신뢰는 구성원의 능력, 책임감, 신뢰성 등 성과와 관련된 합리적인 평가에 기반한 신뢰다. 인지 기반 신뢰를 구축하려면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업무 구조가 필요하다. 협업 중심의 작업 방식은 구성원들의 전문성, 기술,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게 해 신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투명한 소통과 팀워크를 촉진하는 개방형 사무환경도 효과적이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내 메신저 같은 의사소통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또한 유용한 방법이다.

정서 기반 신뢰는 구성원 간의 감정적 유대감에 기반한 신뢰다. 구성원 간 서로의 행복과 복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배려할 때 형성된다. 구성원 사이에 오랜 기간 지속적이고 빈번한 상호작용이 필수다. 개방형 사무환경은 구성원 간 교류를 촉진해 감정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적 대화와 중요한 논의를 위한 개인 공간도 도움이 된다. 편안한 분위기의 업무 공간이나 라운지, 옥상 정원 같은 휴식 공간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중과 심리적 안전감을 기반으로 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공평한 자원 제공, 성취 인정, 개인 특성을 반영한 지원은 심리적 안전감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여기서 공평한 자원 제공이란 직급이나 역할에 관계없이 인체공학적 의자, 고사양 랩톱, 최신 소프트웨어 같은 필수 업무 자원을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자신이 조직의 중요한 일원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다.

구성원 기여를 인정하는 것은 존중을 표현하는 또 다른 중요한 방식이다. 개인이나 팀의 성취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업적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자신의 노력을 존중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구성원의 선호도와 필요를 반영하는 개인화 사무환경은 존중의 구체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입식 책상, 높이 조절 모니터처럼 조정 가능한 가구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업무 환경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다. 자신의 선호도나 의견이 반영된 환경은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전감과 만족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