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2023년부터 추진해온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매각을 철회했다. 1년 반가량 이어진 협상 기간에 원재료인 대두 가격이 안정되고 제품 수요가 늘어 오히려 ‘저가 매각’을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미국 번지에 CJ셀렉타 지분 66% 전량을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양측은 2023년 10월 SPA를 맺고 협상을 벌여왔다. 매각가는 약 4800억원이었다.
브라질에 있는 CJ셀렉타는 고단백 소재인 농축대두단백(SPC)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SPC는 연어와 돼지 등 동물 사료의 원료이자 건강식품 등의 단백질원으로 쓰인다. 지난해 매출은 약 7140억원이었다.
번지와 1년 반에 걸쳐 매각 조건을 조율하다 거래가 무산된 게 CJ제일제당에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SPC 주원료인 대두의 글로벌 가격이 그사이 안정돼 올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올해 말부터 유럽연합(EU)이 삼림 벌채 규정을 시행하기로 한 것도 회사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브라질 아마존 등지에서 삼림을 벌채해 대두 관련 제품을 생산해온 경쟁사들은 유럽 수출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CJ셀렉타는 삼림 벌채와 무관한 지역에서 생산한 대두로 생산망을 구축해 규제 시행 후 오히려 수출 경쟁력이 높아졌다.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SPC 시장은 지난해 약 13억달러에서 2034년 49억달러로 연평균 9.8%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식 확산에 따른 식물성 단백질 수요 증가, 육류·유제품 대체품 및 스포츠 영양 제품 등 SPC 활용 확대, 사료업계의 SPC 사용 증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CJ셀렉타 매각이 추진된 2023년보다 CJ제일제당 재무 구조가 개선돼 시급히 매각에 나설 필요성도 줄었다. 2023년 151%이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146%로 5%포인트 낮아졌고,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도 2023년 100%에서 지난해 92%로 8%포인트 하락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