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이 대규모 유상증자 시도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를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달 중 수탁자책임전문원회를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 두 차례 제동을 건 가운데 주요 주주인 기관투자자도 문제삼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건을 회부했다. 시일 내 열릴 수책위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으로 지정하는 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는 2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지를 심층 검토한 뒤 필요시 관리기업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7.43%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과의 대화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차원에서 주주가치 훼손 소지를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수단”이라며 “수책위에서 콜업(안건 회부 요청)이 있어서 (한화에어로 안건은) 수책위 일정을 잡아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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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연금의 중점관리사안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토를 거쳐 비공개 대화 대상 기업으로 지정한다. 이후 1년간 비공개 대화를 거쳐 개선점을 전달한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한다. 이후에는 공개서한을 통한 기업 입장 표명, 사실관계 확인 등을 요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기준에 따른 중점관리사안은 기금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하여 정한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였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기후변화 및 산업안전 관련 위험 관리가 필요한 사안 △그 밖에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직 국민연금 쪽에서 소명 요청 받은 것은 없다”며 “현재는 금융감독원 정정 요구에 성실히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정정을 요구했다. 지나달 27일에 이어 두 번째 정정 요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에서 한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지난 8일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계열사들의 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내놨음에도 자금 사용 목적 및 지배주주를 위한 사익 편취 측면 등에서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지난 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 공시한 유상증자 결정 내용 중 발행주식수, 발행금액이 20% 이상 변경된 점을 문제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