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드론 합동 작전"…6세대 전투기, 미래전 양상 바꾼다 [강경주의 테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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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6세대 전투기 '템페트스' 개념도 / 사진=BAE시스템스

영국의 6세대 전투기 '템페트스' 개념도 / 사진=BAE시스템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이 차세대 공군 전력 우위 확보와 우주항공 산업 패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드론 무인기 편대를 동시에 배치하는 등 이전에 없던 전투 개념을 도입해 전장을 휩쓰는 미래전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2028년까지 6세대 전투기에 21조원 투입

12일 과학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전투기에 '세대(generation)' 개념이 부여된 것은 2차대전 말부터 미국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의 독자 전투기를 개발하고 제트엔진을 도입하면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F-22형과 F-35형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이를 5세대 전투기라고 명명하면서부터 전투기의 세대 구분이 본격화됐다.

전투기의 세대는 일반적으로 개발 시기, 화력통제장비, 무장운용능력, 기타 첨단기술의 적용 수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구분된다. 6세대 전투기는 압도적인 스텔스, 신무기 장착, 최첨단 항공전자장비, 초음속 성능을 갖추고 AI와 양자컴퓨팅이 통합돼 드론과 함께 유·무인 협동비행이 가능한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보잉 F-47 개념도 / 사진=보잉

보잉 F-47 개념도 / 사진=보잉

전장 상황에 따라 유인 혹은 무인 운영이 동시에 가능한 가변성이 필수다. 6세대 전투기와 무인기 수십 대로 구성된 편대가 적진 한가운데로 날아가 집중 포화를 쏟아붓는 영화 속 장면이 더이상 허구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AI는 무인기에 명령을 내리거나 조종사를 보조하는 핵심 성능으로 탑재된다. 지향성에너지무기, 즉 레이저 무기와 같은 새로운 무기 체계도 도입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차세대공중우세(NGAD) 프로그램을 통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국력을 쏟고 있는 미국은 2028년까지 약 2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차세대 최첨단 전투기 사업자로 보잉을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NGAD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보잉이 개발한 미래형 전투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며 "최첨단 스텔스, 기동성 등 지금까지 없었던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투기의 실험용 버전은 거의 5년 동안 비밀리에 비행을 해왔다"며 "내 임기 동안 이 전투기들이 하늘을 누빌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세대 전투기에 'F-47'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자신의 대통령 재임 순번인 '47'을 부여할 정도로 애착을 드러냈다. 미 공군은 F-47을 2030년대 중반께 실전 배치할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6세대 전투기로 추정되는 비행체 /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6세대 전투기로 추정되는 비행체 / 사진=웨이보 캡처

F-47의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텔스 기능이 대폭 강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와 관제사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고 드론 무리를 제어할 수 있도록 AI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20년 주최한 모의 공중전 대회인 '알파도그파이트'에서 미국의 중견 군수업체 헤론시스템즈가 개발한 AI 알고리즘인 파이팅 팰콘이 5가지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전투에서 인간 F-16 조종사를 상대로 5대 0으로 완승한 바 있다.

이 AI 기능이 F-47에 탑재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은 대당 최대 3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잉 방위·우주·안보 부문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파커는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투자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중국도 스텔스 강화한 6세대 전투기 개발 가속화

중국도 스텔스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6세대 전투기 개발을 가속화하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의 국부로 여겨지는 마오쩌둥의 생일인 지난해 12월26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상공에서 엔진 3개를 장착한 신형 스텔스기의 비행 영상과 사진이 포착됐다.

삼각형 다이아몬드 동체에 꼬리날개가 없는 형태는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고 공기역학적 저항을 줄여 고속 순항과 전투반경 확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군수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 나왔다. 해당 기종은 청두항공기공업그룹(CAC)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지역인 청두 상공에서 낮에 비행한 점은 기술적 안정성이 일정 부분 검증됐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이 항공기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항공기가 시험비행에 나선 중국형 6세대 전투기라고 보도했다.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은 "중국 정부의 공식 언급이 없지만 중국 내부 보안 기관에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사진을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주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유안 그레이엄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군 현대화에 따라 이 항공기는 중국 항공산업의 실험과 혁신 의지를 보여준다"며 "매우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칭찬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념도 / 사진=BAE시스템스

영국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개념도 / 사진=BAE시스템스

중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 해협과 서태평양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와,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유·무인 복합체계, AI, 초고속 네트워크 등 6세대 전투기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미군의 NGAD 프로그램처럼 기술 분산 개발 전략을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도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영국은 판버러 에어쇼에서 타이푼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실물 모형을 공개하며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후 이탈리아와 일본, 스웨덴이 사업에 참여하며 4개국 공동 개발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2030년대 중반에는 시제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은 미래 전투기 개발사업(FCAS)이라는 이름으로 스텔스, 무인기, 항속거리 증대에 초점을 맞춘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실전배치는 204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기반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2023년 4월 KF-21 제작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 개발 추진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며 최초 양산 단계인 1단계에서, 공대지 무장이 탑재되는 2단계, 스텔스 기능과 유무인 전투비행체계를 장착하는 3단계를 거쳐 ‌마지막 4단계에서 스텔스 기능을 최대로 갖추고 전투기 조종에도 AI를 적용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선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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