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사과 문자를 쓰고 싶어. 최근에 저녁 술자리가 많아서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았어. 자정을 넘을 때가 있어서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어. 미안하다는 내용과 다신 안 그러겠다는 의지를 담은 짧은 문자를 작성해줘."
네이버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X에 이 같이 요청하자 문장 4개 정도 분량의 짧은 메시지가 생성됐다. 다시 "이렇게만 쓰면 성의가 없어 보일 것 같아. 분량을 2배 늘려줘"라고 다시 요청하자 이번에는 편지 형태 글이 제시됐다.
클로바X가 생성한 글엔 "(아내 이름), 요즘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네가 밤늦게까지 혼자 집에 있어야 했을 때, 그리고 내가 취해서 들어올 때마다 네가 느꼈을 서운함이나 불안함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는 등의 내용과 사과의 마음을 전하는 문장이 보다 자세히 작성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클로바X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어 글쓰기에 특화된 에이전트 기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에 추가된 기능은 '마음을 담은 글쓰기', '업무를 위한 글쓰기' 두 가지다. 사내 안내문이나 업무용 메일, 결혼식 축사·숏폼 대본·소셜미디어 게시글 등 필요한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버튼은 클로바X 첫 화면 왼쪽 상단에 표시됐다.
글쓰기 에이전트를 추가한 이유는 클로바X 사용자들이 '글 작성'을 가장 많이 요청하고 있어서다.
'마음을 담은 글쓰기'는 일상에서 자주 쓰는 글을 대신 작성하는 기능이다. 클로바X를 이용할 때와 같이 곧바로 요청사항을 입력해도 되지만 글쓰기 스타일을 별도로 지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취임사나 퇴임사, 경조사 안내, 결혼식 축사 등의 글쓰기가 필요할 땐 '공식적이고 격식있게'를 선택하면 된다. '생동감 있게 대화하듯이'를 선택하면 짧은 문장과 유행어를 사용해 생기와 감성을 전달하는데 숏폼 대본,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쓸 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업무를 위한 글쓰기'는 회사 생활에서 필요한 다양한 글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문이나 공지문, 발표자료, 제안서 등을 작성할 경우 '공식적이고 격식있게'를 글쓰기 스타일로 지정하면 적합한 초안이 생성된다. 기사·카드뉴스·보도자료를 써야 할 땐 '사실 중심의 기사체'를, 회의록·보고서·업무메모를 요청할 땐 '간결하게 보고하는'을 선택하면 된다.
사용자 글쓰기 스타일대로 글을 작성하는 '나만의 스타일' 기능도 탑재됐다. 과거 직접 작성했던 글을 올리면 이를 분석해 사용자의 글쓰기 스타일을 파악하는 구조다. 이어 '나만의 스타일'을 선택한 다음 필요한 글을 요청하면 사용자가 평소 쓰는 느낌대로 결과물을 생성한다.
네이버는 클로바X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기능 외에도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지워주는 'AI 지우개' △여러 종류의 문서 파일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 '문서 이해 도우미' △AI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 수집과 조사 업무를 돕는 '정보 탐색 도우미'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로바X에서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한 글쓰기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에이전트로 출시했다"며 "기반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가 다량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인 만큼 사용자들이 한국어 글맛을 살린 다양한 글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