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미술 거장 이강소 개인전
미완성 상태 그림·조각들 전시
관객 경험·생각이 작품을 완성
"AI가 주는 정답만 들어선 안돼
자기 고유의 우주 넓혀 나가야"
모두가 인공지능(AI) 비서에 정답을 묻는 시대, 역설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그림으로 질문을 던지는 거장이 있다. 평생을 정해진 틀과 싸워온 이강소(83)의 캔버스는 이제 강렬한 원색을 입고 관객을 향해 상상력을 넓히라 손짓한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을 넘나들며 예술 실험을 이어온 이강소의 개인전 '생성의 장(場): A Field of Becoming'이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 회화와 조각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신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각적 해방감이다. 기존 작업의 주를 이뤘던 먹색과 무채색을 과감히 걷어내고 빨강, 초록, 파랑 등 강렬한 원색의 아크릴 물감이 추상적 형태로 화면을 가로지른다. 그 위로 작가가 자주 그려온 배의 간결한 도상이 더해져 추상과 구상이 공존한다.
화면 속 푸른 붓질은 보는 이에 따라 구름이나 강물이 되고, 붉은빛은 황혼의 석양이 된다. 수년 전 작가가 스코틀랜드를 여행할 때 자주 마주했던 무지개도 화면 곳곳에 등장해 생기를 더한다.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새로운 그림, 미흡한 그림, 관객이 보태야 하는 그림을 계속 시도해왔다"며 "관객마다 다르게 보이고,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매번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림 속 무지개 역시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떠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작품을 일부러 완결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주체적 감상을 맡기기 위해서다. 이는 서구의 근대적 사고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작가는 "서양의 주관주의적 사고는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고 자기를 중심에 둔다. 관객은 작가의 표현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며 "상당히 불공평한 관계이며, 오늘날의 문명과 과학의 세계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강소는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운동의 핵심 작가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이끌었고,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을 주도했다.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 등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1973년 첫 개인전 당시에는 갤러리 안에 실제 선술집을 들여와 관객을 맞으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에게 작품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이 발생하는 장이다.
이 같은 태도는 조각 작업에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흙을 손으로 정교하게 다듬지 않는다. 대신 점토 반죽을 단단하게 해주는 토련기에서 뽑아낸 흙덩이를 툭툭 던져서 쌓는다. 전통 조각처럼 형태를 구축하기보다, 흙의 물성과 중력, 작가의 몸짓이 우연히 만나 만들어내는 상태 자체를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는 "미술사에서 조각은 대부분 손으로 완성해왔지만, 던져서 만드는 조각은 거의 없었다"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 가장 신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술이 모든 답을 내려주는 시대. 그는 "AI 비서에 질문하고 대답만 들을 시기가 아니다"며 "현대물리학의 세계에서 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우주다. 자기 고유의 우주를 확대하고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든이 넘은 작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작업이 많다며 소년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흥미진진한 놀이다. "똑같은 작품만 하면 근대 작가에 머물게 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속에 즐거움이 있어요." 전시는 7월 11일까지.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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