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CF 창립 25주년 인터뷰
1998년 IT기업 4인 모임에서 2400명 단체로
“기업 사내변호사들 늘 해외진출 염두에 둬야”
전략적 의사결정 파트너로 역할 확장중
“AI 사용하지 않는 변호사 도태될 것”…국제중재 분과도 강점
싱가폴, 미국 등 해외지사와 연계 강화
12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서 창립 25주년 기념행사
“1865년 영국은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가지 못하도록 했던 ‘붉은 깃발법’을 30년간 유지한 결과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신기술 수용을 억제하는 규제는 글로벌 법률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변호사와 AI를 사용하지 않는 변호사로 구분되는 세상이 되고, 후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내 최초 사내변호사 단체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이 창립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IHCF 초대회장을 역임한 이원조 변호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로펌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이 초대회장은 리걸테크와 인공지능(AI)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국 법조계가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같은 오류를 범하면 안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단체명에 들어간 ‘인하우스카운슬’은 한국어로 ‘사내변호사’를 뜻한다. IHCF 현재 회원 수는 2400여명에 달해 국내 대표 사내변호사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철영 현 IHCF 회장(로버트보쉬코리아 공동대표)는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기업 내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IHCF는 멘토링과 다양한 분과 활동을 통해 사내변호사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IHCF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IHCF 시작은 국내 진출 해외기업 간 ‘소통’이었다. 이 초대 회장은 1998년 창립 당시를 회상하며 “사내변호사들의 활발한 소통이 기업 간 갈등을 사전에 줄이고 법률 자문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팩커드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법률고문 4명이 모여 법률 자문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친목 모임으로 시작됐다. 그는 “창립 멤버들과 함께 회원사들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고, 380명의 회원을 확보해 2010년 사단법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친목 모임에서 출발해 사내변호사들의 성장을 돕는 플랫폼으로, 나아가 한국 기업법무 발전에 기여하는 단체로 성장해 온 것이 오늘날의 IHCF”라고 전했다.
IT외에도 금융권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사내변호사들이 합류하면서 회원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회원 구성은 외국변호사가 1430여 명, 한국변호사는 1030여 명이다. 외국변호사 중 미국변호사가 136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호주(77명), 영국(20명), 캐나다(10명) 변호사가 뒤를 잇는다.
13개 분과와 27개 후원 로펌을 통해 양질의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반도 구축했다. 정기 세미나와 학술 아카데미를 통해서는 회원들이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중대재해처벌법, 리걸테크 등 최신 법률 이슈에 대응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경제 규모 성장에 따라 글로벌 수준의 법률 자문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법률 자문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파트너로 확장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IHCF는 내년에는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통해 한단계 더 도약해 나갈 예정이다. 박 회장은 IHCF가 사내변호사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네트워크 확장, 나아가 국내 기업법무의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회원들이 이직 등을 통해 해외로 진출해 현재 싱가포르, 미국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등 현지에서도 사내변호사 모임을 결성하고 저희와 교류 협력을 하고 있다”며 “향후 공식적인 해외 지부 설립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내변호사들이 글로벌 법률 환경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IHCF에는 아무래도 영어를 잘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보니 구성원들이 해외 분쟁과 관련해 중재 전문성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많고 각종 단체와의 교류협력 등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후배 변호사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초대 회장은 ‘3D’를 강조했다. 그는 “국내외 사내변호사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열정(Desire)과 헌신(Dedication)이 필요하다”며 “의지(Determination)를 갖고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 또한 “현재의 업무에만 머무르지 말고, 노동법이나 공정거래법 등 관심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며 “법률과 비즈니스 두 분야를 아우르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IHCF는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기업, 정부기관, 교육기관 및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내변호사와 후원 로펌 관계자들을 초대해 IHCF의 지난 25년 활동을 돌아보고 향후 비전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