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AI로 쇼핑의 모든 과정 연결
다른 사이트로 이동 없이 구매 끝내
소비자 맥락-습관 이해 후 제안
‘후기’보다 ‘믿을 만한’ 정보 중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여행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전엔 맛집, 오후엔 관광지처럼 개인 취향에 맞춰 일정을 요구하고, 이동 동선과 교통편 확인까지 마치 개인 비서처럼 AI를 부린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어떤 보험을 들지, 어떤 공기청정기를 살지와 같은 일상적인 구매에도 AI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 마케팅의 근본을 흔든다. 과거 기업들은 어떻게든 소비자의 ‘검색’에 잘 노출되도록 접점을 확보하려 애썼다. 체험단을 운영해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고 사용 후기를 관리했다. 제품에 대한 글이 늘어날수록 검색에 걸릴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검색 최적화’의 시대였다.
반면 요즘 기업은 소비자가 AI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 상품이 답변에 노출되는 방법을 고민한다. 가령 소비자가 “습도가 높은 날씨에 건성인 사람이 쓰기 좋은 수분크림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했을 때 AI가 내놓는 다섯 개 선택지 안에 우리 제품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를 ‘답변 최적화’라 한다.소비자가 무언가를 찾기 전에 AI가 먼저 제시하고, 디지털 생활 전반에서 검색을 위한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이 흐름을 ‘제로클릭(Zero-Click)’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제로클릭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소비자가 검색하기도 전에 노출되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노출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어느 순간 예전에 관심 있었거나 검색해봤던 상품이 추천 피드에 슬쩍 등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북카페 스타일의 가구를 검색해봤다면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시각적 취향과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관련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피드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구매 화면에 도착해 있다. 필요를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쇼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반영해 검색 결과를 고도화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같은 푸드테크 플랫폼은 맞춤 푸시 알림을 강화해 “무얼 먹을까?”와 같은 고민을 덜어준다. 예를 들어 ‘비 오는 금요일 저녁, 회사 근처’라는 상황이 겹치면 AI가 이를 자동으로 인지해 알림을 보낸다. 평소 ‘자주 주문하는 우동집’을 추천하면서 할인 쿠폰까지 첨부하는 식이다. 음식 카테고리부터 고르던 주문의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다. 먹음직한 메뉴 제안은 이미 도착해 있고, 클릭은 훨씬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셋째, 소비자가 AI가 아닌 자사 플랫폼에서 직접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CJ올리브영은 매장에 ‘스킨 스캔 Pro’라는 AI 기반 피부 분석 기기를 도입했다. 고객의 피부 수분량·기미·예민도 등을 측정하면 AI가 그 결과를 해석해 곧바로 가장 적합한 제품 라인을 제안한다. 브랜드별 제품을 일일이 비교하고 고민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73%로, 미이용 고객(53%)보다 월등히 높았다.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AI 기반 측정 기기로 건조도, 민감도, 피지 정도 등 두피 특성을 정밀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샴푸와 세럼을 즉석에서 제조해준다.마지막, 기업들이 AI 검색과 경쟁해야 하는 제로클릭의 시대에는 ‘정보 출처’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AI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네 주장의 근거를 가져오라”며 출처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I도 답변을 제시할 때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고자 애쓴다. 따라서 우리 상품과 서비스가 전문가의 인터뷰, 칼럼, 기고문에 등장하는지 여부에 따라 답변의 신뢰도가 달라질 수 있다.
제로클릭 시대를 맞아 우리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술이 만든 ‘선택 없는 선택’의 시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우리의 주도권을 지켜나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AI 시대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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