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코드 복제 정황 찾아…검찰, '카톡 100만개' 분석시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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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검색으론 한계…AI가 대화 맥락 읽어 복제 정황 포착
자체 모델 구축해 코드까지 분석…수사 보조 도구로 떠오른 AI
하루 1만건 넘는 사건 접수…과중한 수사 부담 AI 활용 가속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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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수사에 활용해 혐의 입증에 도움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00만개에 달하는 카카오톡 대화에서 숨은 증거를 찾아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유출 프로그램 코드까지 분석한 것이다. 검찰과 경찰, 법원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수사 현장 전반에서 AI 활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형걸)는 한 업체가 개발한 해외 쇼핑몰 구매대행 프로그램 코드를 빼돌려 경쟁업체에 넘긴 개발자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업무상 배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수사에는 AI가 활용됐다. 사건 자료에는 피의자들이 2년간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대거 포함돼 있었다. 카카오톡 대화 분량은 말풍선 100만 개에 달했다. 기존처럼 특정 키워드를 하나씩 입력해 수사팀이 일일이 검색하는 방식만으로는 혐의 입증에 필요한 정황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손성민 검사는 메타의 오픈소스 AI 모델 ‘라마’를 기반으로 자체 모델을 구축했다. 피의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AI가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제한 뒤 학습시켰다.

그 결과 수사팀은 코드 복제 정황과 범행 의도가 담긴 대화까지 추출해냈다. 예컨대 ‘베끼자’ 같은 표현이 직접 등장하지 않더라도 대화의 맥락을 바탕으로 코드 복제 정황이 담긴 내용을 찾아냈고, 피의자들이 경쟁업체에 넘긴 프로그램 코드도 함께 분석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손 검사는 한국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폐쇄형 서버를 구축해 보안 위험을 차단했고, AI 분석 뒤에도 수작업으로 교차 검증했다”며 “AI 성능이 더 고도화되면 이런 수사 기법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동부지검에서 AI를 활용해 수사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검경과 법원은 최근 AI를 활용한 수사·재판 보조 서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법률 AI 서비스를 운영하며 법리 검토와 유사 판례 검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LG AI연구원의 AI 모델 ‘엑사원’을 활용한 ‘경찰 수사 지원 AI(KICS-AI)’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경찰은 내년까지 수사 결과 통지서 초안 작성 등 추가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AI 도입 필요성을 키우는 배경에는 수사 현장의 사건 부담이 커진 점도 꼽힌다. 2023년 260여만건이던 경찰 접수 사건은 2023년 11월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도록 수사준칙이 개정되며 2024년 305만건, 지난해 320여만건으로 2년 새 23.1% 늘었다. 업무일 기준으로 하루 1만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되는 것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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