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 뺏어갈 줄 알았는데…오히려 몸값 뛰는 '이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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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재해 감축을 연일 강조하는 데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서 노동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대기업 노무담당 A상무) “지난해 말부터 HR(인사)·노무 담당자의 이직이 잦아졌어요. 전통적으로 노사관계 대응을 잘해 ‘노무 담당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기업 소속 임직원을 빼가는 ‘연쇄 이동’도 부쩍 늘었습니다.”(중견기업 HR담당 B부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 차례 치솟았다가 조정기를 거친 노무·산업안전 직군 채용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재해 감축과 노조법 개정 등 노동권 보호 확대 기조가 뚜렷해진 데다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직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다.

◇“산업안전·노무 인재 모십니다”

AI가 다 뺏어갈 줄 알았는데…오히려 몸값 뛰는 '이 직업'

28일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산업안전·안전관리’ 키워드를 포함한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관련 채용 공고는 236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 급증했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듬해 3990건까지 늘어난 1분기 관련 채용 공고는 2023년 3120건, 2024년 2512건에서 지난해 1797건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급반등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2년 1만5457건에서 지난해 7507건까지 3년 연속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올해 들어 반등세로 돌아섰다.

노무·HR 관련 채용 공고도 올해 1분기 445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이 역시 2023년 5867건으로 치솟았다가 2024년 4926건, 지난해 3658건으로 감소했지만 3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2년 2만326건까지 증가했다가 3년 연속 급감해 지난해 9315건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잡코리아의 설명이다.

산업안전·노무 직군 경력직 채용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력직 채용 플랫폼 리멤버가 자사 스카우트 제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산업안전 직군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전년 대비 35.4%, 노무 직군은 5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직군 모두 관련 집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산업안전 직군은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한 차례 ‘채용 특수’를 누렸다. 당시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전년 대비 94.2% 급증했다. 법 시행에 맞춰 기업들이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현장 대응 실무진 확보에 일제히 나서면서다. 하지만 채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며 2023년 스카우트 제안 증가율은 6.9%로 둔화됐고 2024년에는 오히려 10.1% 감소했다.

노무 직군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23년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전년에 비해 18.8% 감소했다가 2024년 9.9% 반등한 데 이어 2025년 51.1% 급증했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노동권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를 대거 내놓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노란봉투법發 채용 수요 급증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재 발생 대기업 사업장을 직접 찾는 등 산재 사망 감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해왔다. 정부는 산재 발생 사업장에 매출액 비례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기존 형사처벌 중심의 중대재해법에서 더 나아가 산재 발생 시 기업 재무에 직접 타격을 주겠다는 것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기업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노조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힌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되면서 단체교섭·쟁의행위 관련 기업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여가 지난 24일 기준 약 399개 원청을 대상으로 1087곳의 하청 노조·지부·지회 소속 근로자 15만1000여 명이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계에는 노란봉투법이 ‘원·하청 교섭 활성화법’이지만 기업에는 노동위원회 분쟁 대응, 근로감독 리스크 관리에 더해 단체교섭 대응 수요까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노동자 권리 강화 기조로 인사·노무 관리의 중요성이 재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2023~2024년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임원 포지션을 발 빠르게 채웠다면 이제는 현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팀장·실무총괄급 인재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3년 차 이상 리더급(임원 제외) 스카우트 제안 증가율은 노무 직군이 102.9%, 산업안전 직군이 57.6%에 달했다. 이에 비해 임원급만 따로 보면 노무 직군이 2.3%, 산업안전 직군이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C레벨 전문 헤드헌팅 서치펌 브리스캔영은 “지금 노무 관련 헤드헌팅 시장은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견·중소기업들의 실무 리더 쟁탈전이 한창”이라고 진단했다.

곽용희/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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