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비메모리(칩셋) 등을 막론하고 기판 업황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든 덕분이다. 한때 중국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은 PCB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다시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PCB산업, 구조적 성장”
20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반도체 기판 업종 평균 주가 상승률은 지난 16일 기준 79.9%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6.6%)과 코스닥지수 상승률(27.5%)을 크게 뛰어넘었다. 기판은 전자부품을 고정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전제품부터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이다. PCB는 단층과 양면, 다층으로 구분되며, 다층일수록 고정밀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기판은 반도체처럼 크게 메모리반도체에 들어가는 기판과 비메모리 전용 기판으로 나뉜다. 메모리 전용 기판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저전력메모리(LPDDR)5, 보드온칩(BOC) 등에 장착된다. 메모리 전용 기판업체인 심텍과 티엘비는 세계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올 들어 주가가 각각 50%가량 올랐다.
업계에선 메모리 전용 기판 수요가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DDR5와 그래픽 D램 최신 규격인 GDDR7 등 고부가가치 전용 기판 판매가 확대되고, ‘제2의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불리는 저전력 D램 기반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인 소캠(SOCAMM)과 CXL(컴퓨팅 상호 연결 기술) 등 신성장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심텍과 티엘비의 전체 매출 내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은 각각 66%, 62%에 달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AI가 이끄는 기술 경쟁력과 제품 퀄리티 개선이 더해져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섹터, 최소 2년 주가 오를 듯”
비메모리 기판은 크게 FC-BGA(패키지기판)와 고다층기판(MLB)으로 나뉜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LG이노텍 등이 주도하는 FC-BGA는 GPU와 AI 가속기, 서버용 CPU 등에 장착돼 칩과 메인보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고정밀 기판이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HPC)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다층·대면적 제품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MLB는 4층 이상의 고다층 기판을 의미한다.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 라우터 등 메인보드용 기판으로 이수페타시스 등이 주요 업체다.
최근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개편된 비메모리 기판은 주요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의 지난해 비메모리 기판 가동률은 90%를 웃돌았다. 최근엔 글로벌 고객사 주문 확대에 따라 증설 필요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FC-BGA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AMD와 엔비디아, 구글 등에 연이어 납품하는 데 성공한 삼성전기 역시 초과 수요로 생산 능력을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2022년부터 2년간 FC-BGA 증설에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150% 이상 올랐다. 이수페타시스도 지난 2월 생산 능력 조기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PCB 수요가 늘면서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분야에도 낙수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AI 서버 내 칩 성능이 향상되면서 높은 온도로 기판이 휘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유리섬유 등 초저손실 소재의 고부가가치 CCL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 하이엔드 CCL 생산업체인 두산 전자BG와 대만 EMC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각각 26%, 20%에 달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PCB를 비롯한 반도체 전 분야에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 자산운용사 ETF본부장은 “반도체 섹터는 최소한 앞으로 2년 동안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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