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이 아주 풍부한 국가입니다. 안타까운 건 한국 내에만 머무르는 IP가 아직 많다는 겁니다. 한국의 IP가 글로벌로 뻗어나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안드레아 무토니 스토리재단 이사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팝, K드라마, K웹툰까지 멋진 한국의 IP들이 글로벌에서 점점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한국 안에 숨어 있는 IP도 많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엔 이런 IP들이 더욱 주목받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재단은 블록체인 기반 IP 거래 플랫폼인 스토리의 비영리 재단이다. IP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해 IP 보유자가 수익화할 수 있게 돕는다. 스토리는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등으로부터 8000만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받은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VC 자회사 삼성넥스트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이 회사에 돈을 넣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수석기술에반젤리스트 출신인 무토니 이사장은 스토리 플랫폼 개발과 생태계 조성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한국 창작자들이 한국 내에선 보상받을 수 있지만 해외로 나가려고 하면 한국에서만 쓰이는 지불 결제 시스템 등이 늘 발목을 잡는다”며 “스토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무토니 이사장은 현재의 IP 제도가 ‘구식’이라고 했다. 그는 “플랫폼이 IP 보유자에게 로열티를 주는 톱다운 방식은 AI 시대엔 맞지 않는다”며 “누구나 콘텐츠를 생성하고 보유할 수 있는 요즘엔 규칙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빅테크들은 창작자의 동의 없이 온라인 콘텐츠를 가져다 인공지능(AI) 학습에 쓰고 있다. 창작자들은 IP를 통한 수익 창출은커녕 자신의 IP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최근 챗GPT 내 지브리풍 그림 생성 열풍으로 저작권 이슈가 새롭게 불거지기도 했다.
무토니 이사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창작자들의 의욕이 꺾이고 결국 AI 기술을 발전시킬 창작물이 고갈될 것으로 봤다. 지금은 사람들이 검색엔진과 SNS를 통해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직접 접하지만, AI 기업들이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면 나중엔 창작자에게 가야 할 트래픽까지 빅테크의 AI 서비스로 쏠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창작자들이 원본 IP를 창작할 동기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장기적으론 AI산업도 타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IP 소유권과 라이선스를 메타데이터 형태로 삽입해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창작자들이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무토니 이사장은 “스토리를 활용하면 창작자들은 더 이상 IP 보호를 위해 비싼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며 “IP를 등록할 때 소유권자와 활용 범위, 사용 한도, 원하는 배분 수익 등을 명시하고, AI 기업과 2차 창작자들은 정당한 비용을 내고 IP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IP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