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번역은 아직 초벌 수준…잘 활용하는 고급 인력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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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에서 설립추진위원인 문정희 시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 기자간담회에서 설립추진위원인 문정희 시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번역 영역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AI와 공진(共進)하는 고급 번역가 인력을 양성하겠습니다.”

한국 문학과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번역인력을 양성하는 한국문학·문화예술콘텐츠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이 본격 추진된다. 2027년 개교가 목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설립 계획과 비전 등을 발표했다.

설립추진위는 총 9인으로 구성됐다. 시인 나태주·도종환·문정희, 소설가 은희경·황석영, 문학평론가 권영민·유성호, 영화 '기생충' 번역가 달시 파켓 등이 참여한다. 한국문학에 꾸준한 후원을 이어온 박은관 시몬느 회장도 추진위에 함께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08년부터 국내 유일의 한국문학·문화콘텐츠 전문 번역 교육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금까지 16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2년의 전문적 교육과정 이수 후에도 학위가 없는 터라 학위 기반의 전문 경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또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되는 탓에 우수 교수진과 학생 유치에도 한계가 있고, 국내외 대학 및 유관기관과 협력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번역원은 더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전문 번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학진흥법에 따라 번역아카데미를 석사과정으로 전환하는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에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계획서를 제출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번역대학원대학교는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7개 전공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향후 박사(후)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입학 정원은 매해 내국인 30명, 정원 외 외국인 30명으로 연간 총 60명 규모다.

교육시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번역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교육부 설립인가 신청을 거쳐 2027년 상반기 내·외국인 학생을 선발하고, 같은 해 9월 대학원 개교를 추진한다.

번역원은 기존 국내 대학들에 설립된 통번역대학원과의 차별점도 강조했다. 통번역대학원이 실용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이 목표라면 번역대학원대학교는 문학과 문화 콘텐츠 번역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둔다. 번역 방향도 '외국어→한국어'가 아닌 '한국어→외국어'에 초점을 둔다.

번역원은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이를 교육 과정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향도 밝혔다.

이날 번역원 측은 AI 번역의 활용도가 여전히 ‘초벌’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번역아카데미 지도교수인 윤선미 번역가는 “문학의 은유적 표현이나 숨겨진 의도는 AI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AI 번역은 초벌 수준에 가깝고 이후 사람이 고치고 보완하는 과정이 길다”고 말했다.

다만 번역원 측은 AI 활용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활용하는 것을 ‘시대적 요구’로 보고 교육 과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AI 번역 도구 활용법과 포스트에디팅(사후 교정) 실습 등을 통해 AI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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