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연결된 혁신의 두 주역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서울에 다녀갔다. 젠슨 황은 치맥 열풍을 남기고 간 지 7개월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도 삼겹살, 프로야구 시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빡빡한 일정 중 젠슨 황이 처음 선택한 일정은 한 PC방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스포츠 선수들을 만난 것이다.
엔비디아 CEO와 이스포츠 선수들.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셀럽 못지않게 대중으로부터 열광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보다 더 큰 연결고리도 있다. 게임이다.
엔비디아는 1993년 게임 그래픽 기술 회사로 출발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젠슨 황은 90년대 후반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판매하기 위해 직접 용산 전자 상가를 찾기도 했다고 한다. 이제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은 그래픽을 자연스레 구현하기 위한 기술의 총아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게임 그래픽 구현을 위해 개발된 GPU는 이제 본연의 역할보다 다른 역할로 더 유명하다. AI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게임 그래픽 회사에서 AI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엔비디아 CEO와 이스포츠 선수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다. 한두가지 요소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와 대화 시나리오, 배경 이미지, 캐릭터 디자인, 배경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게임 경험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보니, 엔비디아가 처음 그래픽 카드를 출시하던 때는 물론 최근까지도 게임산업은 노동집약적인 면이 있다. 특히 그래픽이 고도화되면서 캐릭터 등의 움직임을 현실성 있게 구현하기 위하여 사람의 손이 더욱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이 창작한 결과물은 저작권 등으로 법률적 보호를 받았다.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의 현장
요즘 게임 개발 환경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GPU를 이용한 AI가 개발 환경에 깊이 들어온 것이다. AI를 이용해 NPC와의 대화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게임 속 캐릭터 디자인을 한다. 배경음악에도 쓸 수 있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한 결과물은 수정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AI를 이용한 결과물은 수정하기도 쉽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국내 게임사들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70%로 콘텐츠 업계 평균 도입률의 2배가 넘었다.
도구와 창작 사이, 저작권의 과제
이런 변화로 인해, AI를 이용한 결과물에 대하여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등 기존의 법률 프레임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생성형 AI로 인한 결과물들이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이 주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을 보자.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저작물’이다.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인간에 의해 창작되어야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간에 의한 창작이란 뭘까? 창작 과정에 인간의 기여가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결정하여 표현 방법 및 과정을 주도하였는지, 인간이 의도한대로 표현이 이루어지도록 예측이 가능했는지 등이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판단 기준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있었던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 사건이 좋은 예이다. 작가는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에 자신이 창작한 작품의 줄거리를 입력하여, 그에 상응하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그래픽 소설에 대하여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다.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AI 산출물에 대하여는 저작권 등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AI로 생성된 그림을 인간이 선택, 배열 및 조합하는 과정에서 창작적 기여가 인정된다면 그 부분에 대하여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미국 저작권청은 이후 발표한 ‘저작권과 인공지능(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보고서에서 저작권법은 오랫동안 새로운 기술에 적응해 왔으므로 AI를 이용한 결과물에 대해서도 기존의 저작권 법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AI가 도구로 사용되고 인간이 거기에 포함된 표현적 요소를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에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산업은 AI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AI를 ‘도깨비 방망이’로 이용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게임 개발자의 창작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로 AI를 사용할 때 그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AI 시대 게임산업이 마주한 또 하나의 과제다.
[BKL 게임&비즈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게임&비즈팀 구성원들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등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유재규 변호사(변호사시험 3회)는 지식재산권 소송, 영업비밀/기술유출 분쟁, 지식재산권 관리/전략적 자문, 인공지능(AI), 미디어, 전자상거래, 게임 분야의 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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