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피 만든 반도체 쏠림…버블 우려에도 "질적으로 다른 시장"

11 hours ago 2

삼전닉스 시가총액 코스피 전체의 54% 차지
반도체 주도 코스피 급등..."과거 '닷컴버블'과 달라"
"금리인상보다 AI 투자·기업 실적 우선 장세"

  • 등록 2026-06-18 오후 5:29:03

    수정 2026-06-18 오후 6:08:07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긴축 우려가 부상했지만, 이익 기반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9000포인트 달성의 1등 공신인 반도체 쏠림은 과거 버블국면과는 달리 실제 이익 증가가 동반한 기대감이란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8일 남구 부산 한국거래소 본사 홍보관에서 열린 코스피 9000 포인트 돌파를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하지만 전문가들은 9000포인트 달성의 1등 공신인 반도체 쏠림은 과거 버블국면과는 달리 실제 이익 증가가 동반한 기대감이란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18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신호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위축에도 불구하고 2.25% 급등하며 9000선에 안착했다.

코스피 상승의 1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202% 올랐고 2위 SK하이닉스는 312%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각각 2119조원, 1913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4.4%를 차지한다.

이날도 고대역폭메모리(HBM)4E 12단 샘플 공급 소식에 SK하이닉스가 6.51%, 삼성전자가 4.62% 오르며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투자주체별로는 개인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 18일 기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3조3530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21조134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34조2330억원을 사들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6월 들어서는 외국인도 뒤늦게 매수 행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나홀로 1조277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5거래일 중 4거래일 동안 5조원 넘게 사들였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반도체 쏠림’으로 향하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 쏠림으로 이날도 상승 종목은 112개에 불과했고 하락 종목은 791개에 달했다. 코스닥 역시 3% 넘게 급락하며 10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최근 상승 속도는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코스피는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누적 14.7% 올랐다. 2000년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과 ‘누적 상승률 14%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단 9차례뿐이다. 이는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등 국면 등 역사적 변곡점에서만 나타났던 현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버블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정 산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상황을 과거 닷컴버블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닷컴버블 당시에는 ‘닷컴 사업을 한다’는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다”며 “지금도 AI나 로봇 관련 사업 진출 소식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실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는 주도주 쏠림이 강해질수록 상승장의 에너지가 남아 있었던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에서 종목 확산이 나타나면 이를 건강한 순환매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랠리 막바지 신호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쏠림 자체만으로 상승장의 종료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는 버블 과열이나 폭락 이후 기술적 반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밸류에이션 매력과 이익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강세장에서 나타난 속도 문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번 랠리의 배경을 보다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AI는 20년 만에 다시 수요 주도 성장 국면을 만들고 있다”며 “빅테크 중심의 설비투자 확대와 신용 사이클이 동시에 살아나면서 강력한 투자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금리가 내려가야 주가가 오르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AI 투자와 기업 실적이 오히려 금리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만 바라보는 시장과는 다른 환경”이라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