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인수 눈앞
은행 중심 사업구조서 탈피해
보험 연계 요양·퇴직연금 강화
글로벌사업 연계효과도 기대
자산가치보다 낮은 1.5조 인수
내부통제 강화에 힘 쏟을 듯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통해 한층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춤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은 보험 자회사를 통해 요양·퇴직연금 등 초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사업은 물론 글로벌 투자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를 승인하게 된 데는 내부통제 개선안의 실효성과 함께 자본비율상 결격 사유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이 지주사의 자회사 편입을 허가할 때는 해당 인수를 통해서 자본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살핀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13%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1.5%를 넘는다.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이 많을수록 예상치 못한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타 금융지주 대비 다소 낮을 뿐 기준치는 넘어섰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수한 점도 자본비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양사 주식매매계약(SPA)을 1조5500억원에 체결했다. 매물의 공정가치보다 9000억원가량 낮다는 게 금융권 추산이다. 청산작업에 돌입한 다자보험으로선 가격보다는 속도에 초점을 맞춘 매각이 필요했고, 우리금융은 이를 활용해 낮은 가격에 두 보험사를 매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더라도) 적정 가격에 인수한 만큼 염가매수차익과 상쇄돼 자본건전성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며 “염가매수차익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자본비율은 현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두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양생명은 지난해 역사상 최대치인 31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보험사는 수년 전부터 저축성 보험 대신 보장성 보험 위주의 판매 정책을 펼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2조6710억원이며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15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넘는다.
ABL생명도 지난해 105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16% 신장했다. 지급여력비율은 1년 새 30%포인트 이상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153%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돈다. 다만 이 회사는 저축성 보험 비중이 높아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만 성공해도 인수 후 수익 증대 효과를 빠르게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근래 들어 금융지주는 보험사를 전면에 내세워 요양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가 각각 노인복지시설을 속속 개설한 데다가 최근 하나생명도 요양 전문 자회사 설립에 돌입했다. 우리금융도 새로 인수할 보험사를 통해 요양 사업을 확장할 뿐 아니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품도 한층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 자산을 활용해서 글로벌 투자를 확대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보험 자산을 활용하면 보다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한라이프는 글로벌 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보험 자산과 해외 대체투자를 연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 인수에 따라 보다 광범위한 내부통제 요구를 받게 되는 것은 우리금융의 숙제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모두 금융사고가 빈번한 영역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전제조건으로 인수를 승인받은 만큼 그룹사 각각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데 자원을 쏟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