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방치된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해, 더이상 미룰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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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 현지서 봉행하고 온 관음종 홍파 종정
1942년 강제징용 조선인 136명 희생… 지금까지 단 한점 유골도 발굴 못해
“아픈 역사 방치한채 미래지향 안돼”

홍파 종정은 “조세이 탄광은 막장이 해저로 10km 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더 많은 석탄 생산을 위해 갱도 일부 지지대를 제거하는 등 안전 수칙이 무시되던 곳”이라며 “석탄 생산량이 미미했으나 조선인 징용자들이 투입되면서 우베 지역에서 3위에 오를 정도니 얼마나 가혹하게 일을 시켰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홍파 종정은 “조세이 탄광은 막장이 해저로 10km 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더 많은 석탄 생산을 위해 갱도 일부 지지대를 제거하는 등 안전 수칙이 무시되던 곳”이라며 “석탄 생산량이 미미했으나 조선인 징용자들이 투입되면서 우베 지역에서 3위에 오를 정도니 얼마나 가혹하게 일을 시켰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30여 구의 조선인 징용 희생자 유해가 80년이 넘게 차가운 바다 밑에 묻혀 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지요.”

1942년 2월 3일,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에 있는 해저 탄광 ‘조세이(長生) 탄광’에서 갱도 붕괴로 18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중 136명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조선 젊은이들. 일본인도 47명이나 사망한 대형 참사였지만, 8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점의 유골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낙산묘각사에서 만난 대한불교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은 “한일 불교계와 시민단체가 양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유해 발굴을 요청하고 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24일 현지에서 ‘일제강점기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위령재’를 지내고 오셨더군요.

“저희가 조세이 탄광 참사를 안 게 2015년이었습니다. 이런 엄청난 희생의 역사를 우리가 몰랐다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한일 불교계, 시민단체와 함께 희생자 유해 발굴을 양국 정부에 요청하면서 2016년 처음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위령재를 지냈습니다. 이듬해부터는 관음종이 주관하고 있지요.”

―엄청난 참사인데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참사 당시는 태평양전쟁 중이라 일본 정부가 사고를 은폐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야 양심적인 역사학자 야마구치 다케노부 씨의 조사로 실상이 알려졌지요. 그 뒤로 10여 년이 더 지난 후에야 일본에서 관련 시민단체가 설립됐고요. 국내에서도 간간이 뉴스 등에 보도되기는 했습니다만,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요.”

―유가족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요.“희생자 대부분이 미혼인 20, 30대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을 겪으며 가족이 사망하거나 흩어진 탓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희생자 중 직계 가족이 확인된 사람은 2명뿐입니다.”

―올 4월부터 갱도 입구의 무너진 철관과 목재를 제거하고 있다고요.

“일본 정부는 늘 안전 문제를 들어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요. 우리 정부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지요. 더 놔둘 수가 없어 일단 관음종과 일본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갱도 입구를 찾은 것은 큰 성과지요. 하지만 언제 갱도 안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잠수부가 자원봉사자라 생업을 하며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참사가 벌어진 곳이 조세이 탄광만이 아닐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세이 탄광이 있는 우베 지역에만 당시 해저, 육지를 포함해 59개의 탄광이 있었습니다. 조세이 탄광은 갱도가 해저 면에서 너무 얕아 배 엔진 소리가 갱도 안에서 들렸다고 해요. 그만큼 사고 위험이 큰 것이지요. 다른 곳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일본 전체에는 얼마나 많은 탄광이 있었겠습니까. 강제로 끌려가 희생된 것도 억울한데, 유골마저 남의 나라 바다 밑에 묻혀 있어서는 안 되지요. 아픈 역사를 방치한 채 선린 우호,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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