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월가를 뜨겁게 달구는 주식 종목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마이크론입니다. 최근 마이크론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종목이 어디 마이크론 하나뿐일까요. 마이크론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이 회사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단면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고 논쟁적인 얘깃거리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론 주가의 방향성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와 직결됩니다. 코스피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가 됩니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월가의 수많은 개별 종목 중에서도 유독 마이크론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UBS의 파격 보고서 : 마이크론 1625달러
지난 26일(현지시간) UBS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기존 주당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무려 세 배나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이는 현재 월가를 통틀어 가장 높은 목표주가입니다.
UBS가 내세운 핵심 논리는 딱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장기공급계약(LTA: Long-Term Agreement)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계약이 만들어내는 ‘이익의 지속성’입니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기업)들이 마이크론에 “앞으로 몇 년간 이 가격에 이만큼의 물량을 사겠다”며 미리 계약을 맺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 ‘이익 예측의 불확실성’이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마이크론 같은 메모리 업체의 목표주가를 산정할 때 이익 기반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쓰기 꺼려했습니다. 매년 널뛰는 순이익을 신뢰할 수 없으니 PER 배수를 곱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LTA 기반의 구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선계약을 통해 가격이 어느 정도 고정되고 수요의 가시성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UBS는 이러한 흐름 속에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이 2029년까지 100달러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기존에 UBS는 사업부별 가치를 각각 계산해 더하는 SOTP(Sum-of-the-Parts, 부분합산법) 방식으로 마이크론의 가치를 매겼습니다. 마이크론의 주력 사업인 DRAM, 낸드, HBM은 같은 반도체 안에서도 사이클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복잡한 계산 없이 곧바로 PER 15배를 적용했습니다. 이 선택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AI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워낙 강력해 제품군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잘 팔릴 것이라는 가정이 깔린 것입니다. 마이크론을 더 이상 사이클에 휘둘리는 범용품 회사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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