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96위 대흥건설
급여·하도급 대금 밀려 한계
올들어 중견사 9번째 줄도산
종합건설사 171곳 폐업 신고
3년 전 같은 기간 2배 웃돌아
7월 DSR 3단계로 대출 비상
미분양 확산 공포에 더 위기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 건설사가 또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신동아건설(시공능력 58위), 삼부토건(71위) 등 중견 건설사가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업황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 지방 아파트 미분양이 더 늘어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제기된 4월 위기설에 이어 ‘7월 위기설’이 대두되는 이유다. 8일 시공능력평가 96위(지난해 기준)이자 충북 지역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1994년 대흥토건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2021년 신규 주택 브랜드 ‘다해브(DaHave)’를 출시하고 2022년엔 사명을 대흥건설로 바꾸면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현금이 부족해 하도급 대금은 물론 임직원 급여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올해 들어 대흥건설을 포함해 국내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 신청에 나섰다. 1월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2월에는 삼부토건과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달 1일에는 이화공영(134위)이 신청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100여 일간 종합건설업체 기준 171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하도급(전문건설) 업체까지 더하면 총 1002곳으로 하루에 10곳씩 문을 닫은 셈이다. 종합건설업체 기준으로 같은 기간(1월 1일~4월 7일) 폐업 신고 업체는 2022년 78곳에서 2023년 127곳, 지난해 148곳으로 계속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분양이나 임대를 위해 아파트를 짓다가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도 2021년과 2022년엔 한 곳도 없다가 2023년에는 16곳으로 늘었다. 금액으로만 1조2143억원 규모의 공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사업장이 17곳으로 더 늘었고 총사고액은 1조1558억원을 기록했다.
다가올 위기는 더 크다. 7월에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 약화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6월부터 제로 에너지 의무화로 신규 주택에 태양광 장비 등이 적용되면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출 규제 강화는 미분양 적체로 이어진다. 미분양 물량은 2022년 6만8148가구에서 2023년 6만2489가구로 줄었다가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작되면서 7만173가구까지 늘었다. 올해 2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만3722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많은 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원자재와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못해 부도 직전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