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아파트가 14억 됐다"…강남 직장인 눈독 들이는 '동네' [철길옆집]

1 day ago 6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인덕원마을(삼성)'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인덕원마을(삼성)'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예전엔 인덕원이라고 하면 그냥 지나가는 동네였죠. 지금은 다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얘기만 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백모씨는 "오래전부터 이 단지에 살고 있었는데 교통 호재 덕에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제 인덕원엔 말 대신 '철마'가 몰려든다

인덕원이란 지명은 교통과 연결돼 있습니다. 조선시대 이 일대에는 길손들이 쉬어가던 원(院)'이 있었습니다. 안양시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수원으로 이동하던 길에 인덕원에서 말을 쉬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과거 한양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역참(驛站)이던 인덕원이 400여 년 만에 다시 '길의 중심'이 된 셈입니다.

지금 인덕원엔 말 대신 철마가 들어옵니다. 먼저 GTX-C노선입니다. GTX-C 인덕원역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해당 노선이 개통하면 인덕원역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15분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기준으로 40~50분가량 걸리는 강남 접근 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것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일대 주민들이 GTX에만 기대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월곶~판교선(월판선)과 인덕원~동탄선(인동선)도 예정돼 있습니다. 월판선은 경기 시흥 월곶역에서 안양 인덕원역을 거쳐 성남 판교까지, 인동선은 안양 인덕원역과 수원, 용인, 동탄을 잇는 광역 철도입니다.

인덕원은 안양과 과천, 의왕 등 3개 도시의 경계에 있는 동시에 서울 강남과 판교, 수원과 동탄신도시를 잇는 중심축에 놓여 있습니다. 향후 △4호선 △GTX-C △월판선 △인동선을 통해 '수도권 남부 철도 결절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양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대표는 "GTX도 GTX인데 일대 주민들은 월판선과 인동선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셔세권(대기업 셔틀버스가 모이는 곳)이라는 단어에도 집값이 움직이는데 주요 일자리가 있는 지역을 한 번에 갈 수 있는 교통이 뚫리면 영향력은 더욱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주변 단지 '인덕원' 이름 넣고…집값도 '급등'

인덕원역이 주목받으면서 주변 아파트들도 단지명에 '인덕원'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포일자이'는 '인덕원 센트럴자이'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포일동에 있는 '포일 숲속마을 4·5단지'는 '인덕원 숲속마을'로, 안양 동안구 평촌동에 있는 '삼성래미안'은 '인덕원 삼성래미안'으로 변경했습니다. 단지명에 '인덕원'을 붙이는 움직임은 인덕원역을 둘러싼 교통 호재 기대감이 주변 단지 이름까지 바꾼 단면으로 해석됩니다.

교통 기대감은 집값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덕원역에서 불과 도보로 3~4분 떨어진 관양동 '인덕원마을(삼성)' 전용면적 84㎡는 2020년 5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일엔 13억65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단지 전용 59㎡ 역시 2020년 5월 6억6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5일 11억9500만원에 거래되면서 12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치솟았습니다.

"7억 아파트가 14억 됐다"…강남 직장인 눈독 들이는 '동네' [철길옆집]

이 단지는 1998년 지어진 1314가구 규모의 대단지입니다. 벌써 입주한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입니다. 이 단지는 인덕원 일대에서 '입지 깡패'로 불릴 만큼 입지가 좋은 곳입니다.

이 단지 내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전용 84㎡는 현재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엔 나오지 않았지만 14억원에 거래됐다. 조만간 거래가 올라올 것"이라면서 "전용 59㎡ 수요가 많고 전용 84㎡의 경우 나오는 매물이 없어 나오는 족족 거래가 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덕원역과는 10~15분가량 떨어진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3월 15억5000만원에, 내손동 '인덕원퍼스비엘' 전용 84㎡는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주변 단지들도 인덕원역 교통 호재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7억 아파트가 14억 됐다"…강남 직장인 눈독 들이는 '동네' [철길옆집]

내손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인덕원역의 교통 호재로 평촌, 범계, 호계동 일대까지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교통 호재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GTX 호재 지역 상당수가 2020~2021년 급등한 이후 금리 인상기 조정을 겪어서입니다. GTX 역세권으로 꼽히는 일부 지역은 최고가 대비 20~30%가량 하락한 거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인덕원역 도보권과 비역세권 간 가격 차이가 벌어져서입니다. 월판선·인동선까지 현실화할 경우 역세권 프리미엄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교통 호재가 나온 초반에는 일대 지역이 다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점점 계획이 구체화할수록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역세권 아파트만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7억 아파트가 14억 됐다"…강남 직장인 눈독 들이는 '동네' [철길옆집]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