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할 땐 성과급 20만원 나왔어요."
반도체 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올라타기 전인 2007~2009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과잉 속 치킨게임을 벌이던 시기였다. 당시 삼성전자를 떠난 한 직원은 “성과급으로 20만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여 년 만에 업계에서 ‘1인당 평균 수억원대 성과급’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동기가 최근 임원을 달았다는데 인생무상”이라며 씁쓸해했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 실적과 임금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동시에 소득 양극화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올해 1분기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간 소득 격차는 6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1분기 실질소득 증가율은 0.4%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0%로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3분기 1.5%, 4분기 1.6%로 확대됐지만 올들어 다시 내려갔다.
올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 증가한 1237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5분위 가구 소득이 12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소득 증가율이 25.1%로 두드러졌다. 설 명절 세뱃돈, 용돈 등이 반영되면서 5분위의 이전소득 증가율이 높아진 것으로 국가데이터처는 분석했다. 근로소득도 2.5% 늘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1분기 명절 상여금, 성과급 지급이 많아 대기업 근로자 위주인 5분위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7만원으로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24만9000원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은 공적 이전소득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77만3000원으로 전체 소득의 66%를 차지했다.
소득분배 지표도 악화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6.59배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했던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고액 성과급 지급을 앞둔 상황에서 벌써 소득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 지원을 위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긴급 복지 생계지원 등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310만5000원으로 5.3% 증가했다. 교통·운송(12.1%), 오락·문화(12.0%), 보건(10.4%) 지출 증가폭이 컸다. 자동차 구입 지출은 29.6%, 단체·국외여행비는 21.0% 급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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