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악화 조기 예측 솔루션 개발 에이아이트릭스
맥박과 혈압 등 생체신호 즉각 분석… 4~6시간 이내 닥칠 긴급상황 예측
심정지나 패혈증, 중환자실 사망… ‘탁월한 성능’으로 의료진에 경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중… 더 넓은 범위 증상까지 예측 목표
● 숨은 위험을 해결하는 기술
노인 환자들은 복합 질환을 갖고 있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의사로서 공부하고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한 경험 덕분에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 등을 보면 ‘이 분은 하루 정도 지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 간호사에게 위험 상태에 대비하는 지시를 미리 내릴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런데 경험 수준이 다르면 알 수가 없고, 환자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런 걸 최대한 막아보자며 입원 환자의 병세를 예측하는 AI부터 만들게 됐다”고 했다.
에이아이트릭스의 대표 제품인 ‘바이탈케어(AITRICS-VC)’는 입원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패혈증과 사망, 심정지 등의 상태 악화를 조기에 예측하는 의료 AI 소프트웨어다. 전자의무기록(EMR)으로부터 체온 혈압 맥박 등 6가지 활력 징후와 백혈구 수, 혈소판 수 등 11가지 혈액검사 결과, 그리고 환자의 의식 상태, 나이 등 총 19가지 종합적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환자의 이상 징후를 4∼6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다.
중증 이벤트와 패혈증, 중환자실 사망 예측 능력(AUROC 기준)은 각각 0.961과 0.869, 0.975다. AUROC는 이진 분류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0.5∼1.0의 값을 가지는데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우수하다. 0.8∼0.9는 좋은 성능, 0.9 이상은 탁월한 성능으로 분류된다.
● 의사에서 AI 창업가로의 여정 김 대표는 의사로서 진료를 하면서 정보기술(IT)의 힘을 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는 창업 과정에 대해 “첫 번째는 개인적인 시도였다.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하면서 한 명의 의사로서 룰 베이스 시스템을 만들어 도입해 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좀 더 조직적으로 해 보려고 병원 보직자가 됐다. 행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서 시스템을 바꿔 보고 외부의 기술력을 끌어들이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시도했다. 하지만 외부 기업들은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2015년경에 김 대표는 “AI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AI 연구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KAIST 양은호 AI대학원 부교수를 포함한 컴퓨터 공학 전문가 3명과 함께 2016년 11월 에이아이트릭스를 설립하게 됐다.
양 교수 팀과 손잡고 3년간 1만2000여 시간의 임상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상용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허가를 받는 데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20년 5월 바이탈케어로 식약처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2022년 10월에 식약처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획득했고, 12월에는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창업 후 6년이 지나 식약처 제조 허가를 받았고, 7년이 지난 2023년 3월에 판매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건국대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10개 병원에서 시작했고, 3월 현재는 95개 병원이 도입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 중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병원마다 검사 항목과 측정 주기가 다른 현실을 반영해 개발하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김 대표는 “예컨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200개의 검사를 할 수 있는데,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는 5개밖에 못 하기도 한다. 세브란스 병원은 간호사가 많으니까 8시간 혹은 6시간마다 환자를 점검할 수 있지만 24시간 동안 한 번밖에 점검을 못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입력 데이터가 적더라도 최상의 경우와 비교해 80∼90%의 성능을 내도록 개발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식약처에 병원 여건에 따라 입력 데이터의 개수나 입력 주기가 달라지는 점을 이해시키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고 했다.
● “미래 의료 선도하는 글로벌 AI 기업으로”
에이아이트릭스는 현재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에서 사용되는 바이탈케어를 응급병동(ER)에서 쓸 수 있도록 신제품을 한창 개발 중이다. 바이탈케어의 적응증을 장기적으로는 급성신부전, 폐색전증, 당뇨병성 신장질환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또 의료 기록 자동 요약부터 환자 문진까지 처리하는 소형 대규모 언어 모델(sLL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0명의 전공의가 6개월간 18만 건의 진료 기록을 라벨링해 학습시킨 모델은 2024년 8월 기준 92%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으로도 진출 중이다. 2023년 12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2024년 7월 바이탈케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허가를 받았다. 시판 전 신고 절차인데, 이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미국 환자데이터 모델을 추가 학습시키기 위해 미국 임상연구 의료기관과 공동 연구도 추진 중이다.
에이아이트릭스는 환자 상태 악화 예측을 넘어 모든 분야에서 의사를 보조해 줄 수 있는 AI 의사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2∼3분 내에 익힐 수 있는 익숙한 인터페이스로, 의료진을 실질적으로 돕는 AI 솔루션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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