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엘리펀트는 연 매출을 2023년 58억 원에서 2025년 507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불린 회사다.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감각적인 디자인의 안경과 선글라스를 팔아 K아이웨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기록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짝퉁 논란’이었다. 국내 1위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로부터 제품 디자인을 베꼈다며 소송을 당하면서다.
“후발 기업 견제보단 상생해야”
고경민 블루엘리펀트 대표(42)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라며 “K아이웨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는 상황에서 선발 업체가 후발 주자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찰 목적으로 소송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선 그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간 치약 상표권 분쟁, 코웨이와 쿠쿠홈시스 간 정수기 지식재산권(IP) 침해 분쟁 등 전례에서 보듯 제품 디자인을 둘러싼 소송은 시장 지배력을 이미 확보한 기업이 신흥 기업을 움츠리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소송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그 여파는 블루엘리펀트뿐 아니라 소규모 안경원까지 광범위하게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인체공학적 제약으로 디자인에 큰 변주를 주기 어려워 ‘1㎜의 미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안경 업계 특성상 다툼의 여지가 많은 소송이란 설명이다.
그는 “젠틀몬스터가 있었기에 블루엘리펀트도 존재할 수 있었다”고 전제하면서 “선·후발 업체가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상생해야 K아이웨어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D에 매출 3% 투자…美 진출 차질 없이”
고 대표는 블루엘리펀트가 디자인 전문 인력을 전혀 두고 있지 않았다는 젠틀몬스터 측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작년 4월 ‘디자인 랩’을 신설해 △제품 △공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등 3개 부문별 전문 인력을 갖췄고, 특허 업무에 특화된 IP 스페셜리스트도 두는 등 자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마련했다”며 “제품 개발과 디자인은 직접 하고, 생산은 중국 협력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맡겨 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아이웨어 제품 연구·개발(R&D)에 연 매출의 약 2%인 11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3%까지 늘릴 계획이다.
피소 이후 전담 인력 수도 늘렸다. 현재 블루엘리펀트 디자인팀은 제품 부문 11명, 공간 부문 5명, 콘텐츠(비주얼 크리에이티브) 부문 4명 등 총 19명으로 갖춰져 있다. 검증 강화를 위해 외부 특허법인과 자문 계약도 맺었다.
블루엘리펀트는 올해 부산, 대구, 경주, 대전, 제주 등 지방 거점에 신규 매장을 출점할 예정이다. 지난해 일본에 이어 미국 진출도 예정돼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스에 이르면 6월 말 매장을 오픈한다.
LA 매장에선 국내에서 4만99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이 49.9달러(약 7만4000원)에, 6만9900원짜리 제품은 69.9달러(약 10만3000원)로 가격이 책정됐다. 고 대표는 “프리미엄화를 추구하는 젠틀몬스터와 K아이웨어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블루엘리펀트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예 다르다”며 “소송 결과와는 별개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지난 2월 이 회사 창립자인 최진우 전 대표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유인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최고법률책임자(CR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직 중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현대카드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부터 야놀자, 캐치테이블 등 신생 기업 법무실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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