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위법의심거래
282건 적발…절반은 중국인
국토부, 관계기관 통보 나서
외국 국적의 부부 A·B씨는 최근 서울의 한 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를 53억원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돈을 빌렸고 부인 B씨 역시 남편 회사에서 자금 일부를 차용했다.
이들은 아파트 전체 거래대금의 60%에 달하는 총 31억5000만원을 특수관계 법인에서 빌린 셈이다. B씨는 부모에게서 편법 증여로 의심되는 돈까지 더해 아파트를 매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들 부부를 특수관계인 과다 차입과 편법 증여 의심으로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해외자금 불법 반입(환치기)이나 법인자금 유용 등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이 대거 적발됐다. 외국인의 부동산 이상 거래 557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282건의 거래에서 총 433건의 위법 의심행위가 발각됐다. 22일 국토부는 이들에 대해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관세청 등에 통보하고 세금 추징 등 엄중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작년부터 올 여름까지 외국인의 주택뿐 아니라 토지와 오피스텔 거래까지 모두 살폈다. 외국인에 대한 투기성 부동산 거래 기획조사는 지난 2022년부터 실시돼 오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위법 의심행위 433건 가운데 중국인이 192건(44.3%)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인 100건(14.9%)과 호주인 22건(5.4%) 등의 순이었다. 중국인과 미국인의 위법 의심거래가 총 292건으로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이들은 방문취업 비자 등 임대업이 불가능한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임대업을 영위하거나 차용증 없이 부모나 법인에서 돈을 빌리는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받아 아파트를 매수하기도 했다.
외국인 C씨는 은행에서 ‘기업시설 자금’ 목적으로 2억6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4억5000만원짜리 경기도 소재 오피스텔을 사는 데 썼다가 적발됐다. 외국인 D씨의 경우 내국인과 짜고 투기과열지구 내 재정비촉진지구의 단독주택을 44억원에 사들이면서 주로 D씨가 내국인에게 현금을 입금했다. 탈세를 목적으로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다.
환치기 의심 사례도 있다. 외국인 E씨는 부산의 한 오피스텔 분양권을 4억7000만원에 사들이면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현금을 지급했다고 이번 조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현금 인출 내역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서 3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반입하거나 1만달러 초과 현금을 휴대 입국하고서 신고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E씨에 대해 불법 반입과 편법 증여 혐의로 관세청과 국세청에 모두 통보했다.
이번 위범 의심행위는 경기도에서 128건(29.6%)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서울 64건(14.8%), 충북 59건(13.6%) 등의 순이었다. 수도권 위법 의심행위가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은 시도 지사가 외국인과 대상 용도를 정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특히 부동산 매수 후 외국인들이 해외로 출국해 조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 신고 때 국내 위탁관리인을 의무 지정·신고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국토부 측은 “친족 등 특수관계인 간 편법 증여를 정확히 조사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외국인 세대구성 관련 자료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외국인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기획조사를 지속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