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간 관세를 10%만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스마트폰도 가격 폭등 우려를 잠시 덜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계획대로 관세가 강행됐을 경우 플래그십인 갤럭시S 시리즈 최상위 모델 기준 1551달러(약 227만원)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추산됐다.
시로 적용된 관세율대로라면 125% 관세를 적용받는 중국에서 아이폰 대다수를 생산하는 애플보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의 경우 관세를 10%만 적용하기로 밝혀 갤럭시 가격 인상 우려를 당분간 면하게 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2대 중 1대가 생산되는 베트남도 당초 관세율 46%에서 10%로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북미향 스마트폰 대다수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당초 관세 46%에 따른 비용 부담 중 30~40% 정도가 갤럭시 판매가에 반영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관세율이 높다 해도 이를 100%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관세 부담을 모두 판매가로 반영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제품 가격은 관세 외에도 현지 공급망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46%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미국 현지 유통망에서 일부 비용을 떠안고 나머지 30~40% 정도가 판매가로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로젠블래트증권이 중국 대상 관세가 54%였을 당시 예상했던 아이폰 가격 인상폭과도 동일하다.
이 기준대로 베트남에 관세 46%가 적용됐다면 미국 현지에서 최상급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5 울트라(256GB) 가격은 출시가보다 251달러 오른 1551달러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분간 관세를 10%만 적용하기로 발표하면서 가격 인상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셈이다.
문제는 아이폰이다. 아이폰 10대 중 9대가 생산되는 중국이 최종 125%에 이르는 관세를 적용받게 된 것. 애플은 앞서 비행기 5대를 동원해 중국과 인도에서 아이폰 물량을 미국으로 수송했다. 인도·베트남 등의 생산거점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지에선 관세율만큼 아이폰 가격을 올린 예상가격표가 보도됐고 "애플 제품 가격이 두 배 오를 것"이란 전문가 예측도 이어졌다. 아이폰16 프로 맥스(256GB)만 보면 1199달러(약 175만원)에서 2698달러(약 394만원)으로 인상된다는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언급한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이 현실화하면 3500달러(약 510만원)로 폭등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현상황이 이어져 미국 내 아이폰 가격이 폭등할 경우 현지 시장에서 갤럭시의 가격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단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관세가 10%로 되면서) 유리하긴 하지만 자국 기업을 면제해 주겠다고 할 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관세가 유예됐으니 (삼성전자도) 그 안엔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관세 면제'는 없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정책 방향이나 세부 내용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만큼 예상 밖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폰은 수요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아 '비싸도 사는 제품'이지만 애플이 불리한 국면에 있긴 하다. 아이폰에 (중국) 관세를 부과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 발등을 너무 세게 찍는 꼴이 되기 때문에 애플에 대해선 봐주는 조치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갤럭시는 한국이나 브라질 공장으로 케파를 옮기면 북미 물량에 대해선 어느 정도 관세를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