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4일(현지시간) ‘해상 드론’인 무인수상정(USV)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 수호이(Su)-30을 격추했다고 발표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사실이라면 실제 전투에서 드론으로 유인 전투기를 격추한 첫 사례다. 우크라이나전에서 가성비가 좋은 드론으로 헬기, 순양함 등 고가 무기를 파괴시키는 사례가 늘자 미군도 최근 유인 무기를 줄이고 1000대 이상의 드론 도입에 나섰다.
◇우크라, ‘Su-30’ 두 대 격추
우크라이나군은 지난2일 자체 개발한 USV ‘마구라-V7’으로 러시아 흑해 항구 도시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비행하던 Su-30 두 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마구라-V7이 Su-30 두 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격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HUR)에 따르면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 중 한 대에 탑승한 이는 민간 선박에 구조됐지만 다른 전투기 탑승자는 사망했다.
이날 정보국이 공개한 영상에는 드론이 비행 중인 표적을 잡는 장면과 이후 폭발한 기체가 불길에 휩싸인 채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이 담겼다. 정보국은 성명을 통해 “해상 드론이 전투기를 격추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전투기가 공중에서 불길에 휩싸인 뒤 바다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증명했다”며 드론의 공격에 찬사를 보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친러시아 계열 군사 전문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블라디슬라프 슈리긴 러시아 군사 전문가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노보로시스크 서쪽으로부터 51㎞ 떨어진 곳에서 Su-30을 유인해 격추했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 격추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AIM-9’은 미국에서 개발한 단거리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으로부터 한 발당 40만달러(약 5억6000만원)인 AIM-9 미사일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해상드론 마구라-V7은 오리지널 버전인 마구라-V5에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마구라-V5 가격은 27만달러(약 3억8000만원) 정도다. 비싼 무기지만 이번에 격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Su-30 가격이 5000만달러(약 7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효율성이 큰 전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기·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라는 작은 나라가 적을 약화시킬 수 있는 더욱 진취적인 방법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육군, 드론 1000대 도입하기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효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드론은 미사일 등 다른 무기에 비해 가성비가 좋고 빠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활용 능력에 따라 파괴력도 상당하다. 2022년 4월 우크라이나군의 ‘바이락타르’ 드론이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이던 ‘모스크바함’의 방공 체계 혼선을 유도한 뒤 대함 미사일로 격침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해상드론을 동원해 흑해에서 러시아 선박을 파괴하고 크림대교까지 손상시키자 러시아 흑해 함대는 현재 대부분 철수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2023년 튀르키예산 무인기를 활용해 러시아군 순찰정 ‘KS-701’을 파괴하기도 했다. 러시아군 역시 ‘샤헤드-136’ 등 자폭 드론을 대량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미국도 이 같은 우크라이나전을 교훈 삼아 드론 역량 강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말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도 있다”며 드론의 유용함을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육군은 최근 전투 사단에 드론 1000여 대를 새로 보급하고 오래된 무기와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육군 변환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여기엔 향후 5년간 총 360억달러가 투입된다. 이 같은 재정비 계획은 냉전 종료 이후 최대 규모다. WSJ는 “미국 육군의 10개 현역 사단은 보급품 이동과 공격에 무인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며 “군용 차량인 험비, 경전차 등 구식 무기는 일부 폐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