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發 인플레 전세계 확산
美 5월 CPI 전년 대비 4.2%↑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67%
중국 생산자물가 3.9% 급등
에너지가격 15.8% 치솟아
日 PPI 6.3%↑ 3년來 최고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
이란 전쟁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 세계에 엄습했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 물가는 4%대로 올라서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3년 넘게 디플레이션을 겪은 중국에선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가 46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일본 생산자물가 역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확산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경로를 수정하며 전 세계가 긴축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4.2% 상승하며 2023년 4월(4.9%)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달(3.8%)보다 상승폭을 키우며 4%대까지 올라선 것이다. 올 들어 2%대로 내려앉았던 CPI는 전쟁발 유가 쇼크가 본격화한 3월(3.3%)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 CPI는 2.9%로 전월(2.8%)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며 3%대를 위협하고 있다. 작년 9월(3.0%) 이후 최고치다.
전쟁 전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도 급격히 방향을 틀어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9월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37%로 높아졌고, 12월까지 인상 가능성은 67%에 달했다.
특히 시장에선 연준의 장기적인 정책금리 기준으로 현재 3~4%인 중립금리(물가를 자극하거나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금리) 자체를 상향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전쟁발 에너지 쇼크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에도 인플레이션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9%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3.8%)를 소폭 상회한 수치로, 2022년 7월(4.2%) 이후 최고치다. 지난 4월(2.8%)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확대됐다.
중국 PPI는 2022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5개월 동안 매달 역성장했다. 이 기간에 생산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다음달인 지난 3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중동 전쟁이 기업들의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화학원료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지난달 산업용 생산재 가격은 1년 전보다 5.2% 급등하며 PPI 상승을 주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산업용 생산재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철강·비철금속·철강 등 원자재, 원자재를 활용한 제조업을 더한 개념이다. 세부 항목별 가격 상승률은 에너지 15.8%, 원자재 9.2%, 제조업 2.3%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의 '출혈 경쟁' 단속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수년간 중국의 전기차, 태양광, 석유화학, 철강 등 산업은 공급과잉 문제에 처해왔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벌였고, 이는 PPI를 끌어내리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중국 당국은 과잉 생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나섰고 기업들도 출혈 경쟁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동 전쟁으로 생산재 가격이 급등하자 비용 상승분을 공장 출하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PI는 시차를 두고 CPI에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망치(1.3%)에 다소 못 미치는 1.2%에 그쳤다. 중국이 내수 부진에 빠져 있지만 얼마든지 CPI도 상승할 수 있다.
일본 PPI도 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일본은행은 지난달 기업물가지수(PPI)가 지난해 동기 대비 6.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5.6%를 웃돈 수치로 2023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은행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석유 관련 제품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라며 향후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행 관계자는 "(공급망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자재까지 가격 상승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에 따라 일본은행은 오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로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31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된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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