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할 일을 혼자서”…日 닛폰익스프레스, AI로 물류망 혁신

14 hours ago 2

日 최대 물류사 닛폰익스프레스
과거 물류·판매 데이터 연계해
효율적 수요 예측 시스템 구축
관련 전문 인력 400명도 육성

디지털 물류망에 500억엔 투자

도쿄 고토구의 닛폰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개인 운송 수단을 타고 편리하게 물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도쿄 고토구의 닛폰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개인 운송 수단을 타고 편리하게 물건 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최근 찾은 도쿄 고토구의 닛폰익스프레스(NX) 물류창고.

‘NEX-알파(ALFA)’로 불리는 이곳은 물류회사 닛폰익스프레스의 최첨단 물류 기술을 만날 수 있는 쇼룸형의 물류 시설이다. 3000㎡의 거대한 면적인데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기술로 이를 운영하고 있다.

1937년 창업한 닛폰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액 2조2390억엔(약 21조원), 영업이익 600억엔(약 5600억원)을 기록한 일본 최대, 세계 6위 물류회사다. 국내 최대인 CJ대한통운보다 매출액 기준으로 약 3배 가까이 크다.

57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깔려있는데 계열사 숫자만 319개, 직원 수는 7만8000명이 넘는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망으로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물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요타의 유명한 무재고 생산방식인 ‘JIT(Just In Time)’이 가능했던 것도 닛폰익스프레스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전 세계 어디든 원하는 날짜에 부품을 배송해줬기 때문이다.

이러한 닛폰익스프레스의 최대 고민은 일본 국내의 만성적인 인력난이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지난 10월 1.25배를 기록했다. 이는 구직자 1명당 1.25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물류 쪽으로 가면 3~4배에 달할 정도로 더 높아진다.

도쿄 고토구의 닛폰익스프레스 첨단 물류창고인 ‘NEX-알파’ 입구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도쿄 고토구의 닛폰익스프레스 첨단 물류창고인 ‘NEX-알파’ 입구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 때문에 닛폰익스프레스는 물류의 디지털 전환(DX)에 적극 투자하고 나섰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 ‘NEX-알파’를 2020년에 완공하고 여기서 다양한 물류 실험을 하고 있다.

우노 아키라 닛폰익스프레스 사업개발부 집행임원은 “물류 센터 내의 각 작업 공정을 세분화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업방식을 구축했다”며 “앞으로 국내 5곳의 공장에 같은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움직이는 지게차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별도의 태블릿PC 조작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4m 높이에 있는 짐도 쉽게 들어서 지정된 장소로 운반한다. 최대 1톤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다.

안내를 맡은 닛폰익스프레스 직원은 “하루 평균 8시간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100개의 상자를 움직일 수 있지만 자동 지게차는 80개로 이보다 적다”며 “하지만 자동 지게차는 24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240개의 상자 이동이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 지게차는 운전에 필요한 별도의 면허와 숙련 기간이 필요 없다. 센서를 통해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도 극히 낮다. 태블릿PC를 조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장애인, 여자, 고령자 가릴 것 없이 업무가 가능하다.

태블릿PC 조작으로 움직이는 닛폰익스프레스 물류창고의 자동 지게차. [도쿄 이승훈 특파원]

태블릿PC 조작으로 움직이는 닛폰익스프레스 물류창고의 자동 지게차. [도쿄 이승훈 특파원]

다른 쪽에는 물건이 적재된 선반을 무인이송로봇(AGV)이 움직여서 작업대 앞으로 가져오는 시설이 구축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한국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볼 수 있는 중국 긱플러스가 생산한 AGV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원하는 제품을 사람이 별도 단말기에 입력하면 AGV가 해당 제품이 있는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바로 가지고 왔다. 작업자는 제품을 꺼낸 뒤 바코드를 체크하고 이를 포장해서 담으면 끝이었다. 선반은 버튼을 누르면 AGV를 통해 제자리로 복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모터로 움직이는 개인운송수단도 볼 수 있었다. 일본 업체인 윌(WHILL)과 제휴해 개발한 ‘윌 모델’이었다. 장애인 전동 휠체어처럼 생긴 이것은 조이스틱으로 간단히 조작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높이 조절도 가능해 높은 곳의 선반에 있는 물건을 꺼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 번 충전하면 18km를 달릴 수 있는데, 창고가 아무리 커도 이 정도 거리는 중간에 충전 없이 충분히 커버한다고 한다. 개인운송수단은 무거운 물건이 부담스럽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한 장애인·노인 등도 쉽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장치다.

우노 집행임원은 “이러한 자동화 물류 장비 덕분에 과거 3명이 해야 했던 일을 지금은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1단계를 마무리하고 내년은 2단계, 내후년은 3단계 등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국내외 물류 창고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건이 적재된 선반을 움직이기 위해 무인이송로봇(AGV)이 이동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물건이 적재된 선반을 움직이기 위해 무인이송로봇(AGV)이 이동하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이를 포함해 닛폰익스프레스는 향후 4년간 물류의 디지털 전환(DX)에 500억엔(약 4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닛폰익스프레스가 같은 기간 예정하고 있는 시설투자 금액은 1500억엔이다. 여기의 3분의 1이 DX에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적은 일손으로 유통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송 인력뿐 아니라 창고 관리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창고 시설의 자동화부터 화물량의 예측·관리시스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DX 관련 투자를 통해 인력 비중을 줄일 경우 2024~2028년간 730억엔의 생산성 향상이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이다. 과거 물류 정보를 조합해 시기별로 들어오는 화물과 나가는 화물을 AI가 예측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입·출하 계획이 산출될 경우 과잉 발주를 막고 수송에 필요한 트럭 대수도 줄일 수 있다.

창고 천장에서 움직이며 물건을 가져다 배송해주는 자동 로봇 [도쿄 이승훈 특파원]

창고 천장에서 움직이며 물건을 가져다 배송해주는 자동 로봇 [도쿄 이승훈 특파원]

당장 DX 전문 인력도 400명 육성해 각 물류 현장에 배치한다. 수송 업무부터 창고 관리까지 육·해·공을 포함하는 닛폰익스프레스 사업의 전 과정이 포함된다.

닛폰익스프레스는 AI를 활용한 물류 예측뿐 아니라 드론 등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육해공 수송에 창고 운영 등 댜앙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물류망 효율화가 시급하다.

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데이터를 이용·활용하는 구조도 만든다. 닛폰익스프레스에서 11가지 데이터 기반을 통합해 제각각 관리하던 정보를 서로 분석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꾼다.

예를 들어 항공 화물을 목적지별로 AI가 분류해 여러 형태의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내년에 상용화한다. 트럭 수송에도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경우 국내 운송 시 평균 40%에 불과한 트럭 적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