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을 인공지능(AI) 대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AI 투자 확대가 한국 경제의 거시 지표를 밀어 올리는 만큼 이를 단순한 경기 과열이나 불안 신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기한 ‘3고는 성장의 비용’이라는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분석이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AI 대전환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처리하고 로봇을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이 본격화하고 데이터센터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흐름 자체가 근본적인 산업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적 전환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꿀 ‘골든타임’이라는 게 주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 등 주요국 산업 지형이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한국의 기업 구조는 여전히 1970~1980년대 중화학공업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경쟁력을 잃은 한계 산업은 정리하는 동시에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국가 경제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 예상대로 최대 70조원의 초과 세수가 걷힌다면 국가 채무 상환에 우선 쓰고 남은 약 20조원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구조적 전환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고 현상이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라는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금리와 물가 등 거시경제 리스크를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기업 경영 환경은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라면서도 “뉴노멀 시대에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 위기 상황마다 금리가 급등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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