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실바(오른쪽)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개막전 홈경기에서 IBK기업은행 블로커들을 피해 스파이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IBK기업은행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왼쪽)이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V리그 여자부 개막전 원정경기 도중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제공|KOVO
날카로운 창도, 단단한 방패가 때론 버거운 법이다. V리그 여자부 개막전부터 흥미진진한 장면이 연출됐다. GS칼텍스 외국인 공격수 지젤 실바(34)와 IBK기업은행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39)의 충돌이다.
결과적으론 실바의 판정승이었다. GS칼텍스는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1차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9점을 수확한 실바를 앞세워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 IBK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고 걱정했으나 실바는 공격성공률 48.28%의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V리그 여자부 최초로 두 시즌 연속 1000득점 이상을 올린 ‘쿠바 특급’은 좋지 않은 몸으로도 충분히 강했다.
특히 승부처인 4세트가 대단했다. 10득점, 55.26%의 점유율로 팀 공격을 책임져 해결사의 면모를 뽐냈다. 실바는 “(공격 집중은) 내 역할이다. 놀랍지 않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으로도잘 준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바의 공격이 늘 성공한 건 아니다. 이날 직선 공격 상당수가 온몸을 코트에 내던진 임명옥에게 차단됐다. IBK기업은행은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전체가 어수선하고 몸놀림이 무거웠어도 ‘최리(최고의 리베로)’는 제 몫을 했다.
결국 실바가 작전을 바꿨다. 페인트(블로킹 등 상대 수비를 피하기 위한 속임 동작) 공격으로 효과를 봤다. 대포알 공격 대신 방향을 살짝 바꾸는 약한 볼로 포인트를 쌓았다. 실바가 누군가를 의식해 다른 패턴의 공격을 시도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실바는 “(임명옥은) 정말 대단하다. 날 화나게 했다. 페인트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만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 임명옥의 나이가 39세라는 걸 전해듣고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외모가 어려보였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며 경의를 표했다.
다만 이번엔 진검승부로 보기 어렵다. 실바의 어깨가 완전하지 않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도 몸관리를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아직은 몸이 덜 올라왔다”고 말했다. 결국 더 무서운 실바가 돌아온다는 얘기다. 물론 임명옥도 강한 공격수를 만날수록 신이 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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