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하락을 거듭하던 전국 아파트값이 18주 만에 반등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오른 서울 아파트값이 전국 집값마저 끌어올렸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전국 집값은 0.02% 상승하며 전주(0.00%) 대비 상승 전환했다. 전국 집값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11월 첫 주 이후 18주 만에 처음이다.
이 기간 서울 집값은 0.25% 상승하며 전주 0.20%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강남구다. 강남구는 압구정·대치동 주요 단지 위주로 0.83%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강남권 집값은 연일 신고가를 쏟아내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 97㎡는 지난 15일 34억9000만원(16층)에 팔렸다. 지난 2월 30억1000만원(6층)에서 한 달 만에 4억8000만원 치솟으면서 이전 최고가 31억원(18층)마저 넘어서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역삼동 '테헤란아이파크' 전용 70㎡도 이전 최고가 25억1500만원(10층)보다 1억8500만원 오른 27억원(14층)에 지난 16일 거래됐다. 일원동 '개포한신' 전용 107㎡ 역시 지난 13일 25억2000만원(11층)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 23억8000만원(11층)보다 1억4000만원 오른 액수다.
이어 송파구가 잠실·신천동 대단지 위주로 0.79% 뛰었고 서초구도 잠원·반포동 위주로 0.69% 뛰었다. 성동구가 행당·옥수동 역세권 위주로 0.37%, 용산구는 한강로·이촌동 주요 단지 위주로 0.34%, 양천구는 목·신정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0.32% 상승률을 보였다. 마포구(0.29%), 강동구(0.28%) 등도 서울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역세권·신축·대단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높이고, 오른 호가로 거래가 체결되면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은 전셋값 상승도 보다 가팔라졌다. 전국 전셋값이 0.01% 올라 전주 상승 폭을 유지한 가운데 서울 전셋값은 0.07% 오르면서 전주 0.05%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송파구가 신천·문정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0.26% 올랐고 강동구도 암사·고덕동 신축 위주로 0.14% 뛰었다. 동작구는 대방·상도동 주요 단지 위주로 0.12%, 영등포구와 광진구는 각각 대림·여의도동과 구의·자양동 위주로 0.11%씩 상승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자 서울시는 지난 19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놨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지 35일 만이다.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지정 기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경우 인근 지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차단된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이 제한되는 등 대출이 어려워진다.
강남구 대치동 개업중개사는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계약금을 받지 않던 집주인들이 계좌 번호를 알려주는 등 24일 이전까지 거래를 성사하려 하고 있다"며 "매수인들은 24일 이전까지 갭투자를 하려는 이들과 상황을 관망하는 이들로 나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도인 우위이던 시장의 갑을 관계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