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면사랑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라고 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판결 확정 전까지 오뚜기는 면사랑으로부터 계속 국수를 납품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12일 오뚜기와 면사랑이 중기부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오뚜기 측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이 취소한 처분은 오뚜기의 생계형적합업종 사업확장 신청에 대한 불승인 조치다. 2023년 4월 면·소스 제조업체인 면사랑이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되자 오뚜기는 중기부에 사업확장을 신청했다. 국수·냉면 제조업은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는데,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지정에관한특별법(생계형적합업종법) 8조 1항에 따라 ‘대기업 등’은 이 업종에서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면사랑으로부터의 납품량을 연간 최대 출하량의 110% 이내로 줄이겠다며 중기부를 설득했다. 면사랑과의 거래가 해당 규정의 예외로 허용된다는 논리였다. 생계형적합업종법 8조 2항은 중기부 산하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소비자 후생과 관련 산업의 영향을 고려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1항의 예외로 두고 있다. ‘국수 제조업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고시’는 중소기업 OEM을 통한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면 생산·판매를 허용한다.
그러나 심의위는 오뚜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계형적합업종법 8조 1항에 규정된 ‘대기업 등’에는 중견기업도 포함되며, 오뚜기 측이 든 예외가 허용되려면 ‘중소기업’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면서 오뚜기에 면사랑과의 거래를 당장 중단하고, 3개월 내로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고 통보했다.
오뚜기는 중기부의 처분이 “영업권 침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오뚜기와 면사랑이 기존에 해오던 중소기업 OEM 거래 한도 내에선 (생계형적합업종법상) 확장으로 볼 수 없다”면서 오뚜기 측 손을 들어줬다. 중기부가 불복하면 항소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면사랑은 30년 넘게 오뚜기에 국수 제품을 납품해 왔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이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