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6일 "주거 문제 해결이 출산율 높이는 첫 번째 관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자녀 수에 따라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안했다.
나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7층 집무실에서 새르더헤이 이슈트반 주한헝가리 대사를 만나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 정책 협력 관련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나 후보는 "한국 실정에 맞게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2억원을 (연) 1%(금리)로 20년간 대출해 주고 1명 낳으면 이자를 1/2, 둘 낳으면 1/3, 넷 낳으면 (이자와) 원금을 전액 탕감하는 제도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필요 예산은 12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나 후보는 "해당 정책은 20년 대출이라 20년 후부터 예산이 들어가기에 충분히 우리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후보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주장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은 헝가리 정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대대적인 출산 장려책을 말한다. 헝가리 정부는 2030년 출산율을 2.1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다.
이중 최대 1100만 포린트(4100만원)를 지원하는 정책이 나 후보 공약과 닿아있다. 헝가리 정부는 미래에 아이를 낳기로 약속하면 대출을 해준다. 5년 이내 1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면 대출이자를 면제하고, 2명 출산 시 대출액의 3분의 1을, 3명 이상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해준다. 자녀 출산 계획이 있는 가구에게 약 400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셈이다.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평생 소득세가 면제되고, 3명의 자녀가 있는 가정이 7인승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250만 포린트(한화 1000만원)이 지급된다. 주거비도 보조한다.
헝가리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1.55명에서 2021년 1.61명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다시 1.52명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현금지원의 정책 효과에 대해선 시간을 좀 더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이민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나 후보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무분별하게 이민을 확장하는 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헝가리도 국가 정체성 유지, 문화적 문제를 고려해 이민보다는 저출산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