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단위’ 단기 임대 성행
‘한강뷰’ 인기지역 거래 활발
워케이션, 인테리어 등으로 수요 급증
임대차보호법 보호는 받지 못해
‘주(週)’ 단위로 임대료를 내는 단기 임대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2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전세나 월세가 대다수를 이루던 임대차 시장이 공간 제약 없이 근무를 하는 ‘디지털 노마드’나 ‘한 달 살이’ 등의 트렌드 변화로 단기 임대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전·월세보다 짧은 기간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이들이 초단기 임대를 선호한다. 장기 출장이나 이사, 인테리어 등을 이유로 초단기 거주가 필요하거나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길 원하는 수요자도 늘어나고 있다. 보증금이 낮고 가전과 가구가 갖춰져 있단 점도 선호 이유로 꼽힌다.
13일 부동산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와 리브애니웨어 등에 따르면 주 단위로 계약을 맺는 부동산 단기임대 거래액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300억원을 넘어섰다. 단기 임대 시장은 매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6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2022년 50억원으로 5배 증가했으며 지난해 26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이미 300억원을 넘어섰다.
계약 사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대우아이빌’ 오피스텔 전용 36㎡는 최근 보증금 없이 일주일에 24만원 임대료로 주세 계약을 맺었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전셋값은 2억6000만원, 월세 매물은 보증금 2000만원·월세 100만원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주세의 경우 수천·수억원대 자금(보증금)이 없더라도 서울 역세권 단지에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물이 나왔다 하면 금세 거래가 체결된다고 주변 중개업소는 말했다.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전용 59㎡도 한 주당 77만원의 가격으로 최근 주세 거래를 체결했다. 이 아파트 전세와 월세 시세는 각각 4억1000만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5만원 선이다.
정규직 공채가 줄고 채용연계형 인턴이 늘면서 기존에는 직장 근처 원룸이나 투룸 전월세를 이용하던 2030세대가 최근에는 3~6개월 이내 단기 임대로 몰리고 있다. 특정 기간 인턴으로 근무한 후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다 보니 높은 불확실성 속에 2년짜리 임대차 계약은 피하고 단기 임대로 몰리는 것이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는 지난해 1만9266개로 5년 전(1만5611개)보다 23% 증가했다.
여기에 ‘한 달 살이’ 트렌드도 단기 임대 시장이 커지는데 한 몫하고 있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회사가 많은 강남과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에서 초단기 임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초단기 임대는 보증금이 낮거나 없기 때문에 전세사기를 피하고 싶은 이들, 취직한 지 얼마 안 돼 소득은 있지만 자산이 없는 이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늘다보니 공급도 늘고 있다. 삼삼엠투에 등록된 주 단위의 단기 임대 매물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만 2600건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 한해 총 매물량 1만 5000개에 육박하는 수치다. 2021년 기준 단기 임대 매물은 1260개였으며 2022년에는 4500개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수익률이 떨어진 임대인들도 초단기 임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공실 해결과 함께 전·월세 대비 더욱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통 단기 임대는 장기 임대보다 월 임대료를 20~30% 높게 책정한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오피스텔(전용 59㎡) 소유자 이모씨는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나 반전세 등은 계약이 안돼 단기 임대로 매물을 내놨더니 꾸준히 찾는 수요가 있는 편”이라며 “수익률도 공실이 며칠 나더라도 ‘주세’로 받는 게 더 높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임대는 전·월세 계약과 달리 임대차보호법 적용이 안 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진 대표는 “초단기 임대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얻지 못한다”며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불했으나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단기로 거주하더라도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을 갖춰놔야 한다”고 조언했다.